멘티 선동열-멘토 김응룡 ‘얄궂은 운명’

  • 스포츠동아

KIA 선동열 감독(왼쪽)과 한화 김응룡 감독이 25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 새천년관에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개막 미디어데이에 자리를 함께 했다. 감독-선수, 사장-감독으로 8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합작한 스승과 제자는 이제 동등한 위치에서 승부를 겨루게 된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bluemarine007
KIA 선동열 감독(왼쪽)과 한화 김응룡 감독이 25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 새천년관에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개막 미디어데이에 자리를 함께 했다. 감독-선수, 사장-감독으로 8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합작한 스승과 제자는 이제 동등한 위치에서 승부를 겨루게 된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bluemarine007
■ 감독 vs 감독으로 다시 만난 제자와 스승

절대강자 KIA 선동열 감독-절대약자 한화 김응룡 감독

선동열 감독 “한번 일 저지를 것” 우승 야망
김응룡 감독 “공은 둥글다” 제자에 도전장


한쪽은 ‘절대약자’로 평가받는다. 다른 한쪽은 ‘절대강자’로 꼽힌다. 한번도 적이 돼본 적이 없던 스승과 제자는 이제 서로를 향해 칼을 겨누게 됐다. 승리만이 유일한 덕목인 승부의 정글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처절한 싸움을 펼쳐야 한다.

한화 김응룡(72) 감독과 KIA 선동열(50) 감독이 25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 새천년관에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개막 미디어데이에 자리를 함께 해 눈길을 모았다. 이들은 해태 시절 감독과 선수로 6차례(1986∼1989년, 1991년, 1993년) 우승을 합작했고, 삼성 시절에도 사장과 감독으로 2차례(2005∼2006년) 우승을 일구는 등 총 8차례나 함께 한국시리즈 정상 고지를 밟았다.

이날 미디어데이에서 사제의 연이 화제에 오르자 선 감독은 “(2004년) 지도자(삼성 수석코치)로 첫발을 내디뎠을 때 김응룡 감독님 밑에서 많은 것을 보고 배웠다. 투수교체는 제게 맡기셨는데, ‘너 알아서 바꿔’라고 하시다가 나중에 ‘투수교체 타이밍 늦었어’라고 하셨다. 감독 8년째지만 제일 어려운 게 투수교체 타이밍이다. 그런 면에서 많은 공부가 되지 않았나 싶다”고 스승에게 고마워했다. 그러자 김 감독은 “아니다. 내가 많이 배웠다”며 제자를 향해 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과거의 추억일 뿐이다. 그동안은 수직관계로 한솥밥을 먹었지만, 이젠 감독 대 감독으로 계급장이 같아졌다. 무엇보다 다른 유니폼을 입고 힘을 겨뤄야 하는 처지. 더욱 얄궂은 것은 제자는 ‘절대강자’로 간주되는 KIA, 스승은 ‘절대약자’로 꼽히는 한화를 지휘한다는 사실이다.

KIA는 올 시즌 강력한 우승 후보다. 선 감독은 “작년 한해는 부상 선수들 때문에 너무 힘들었는데 올해는 왠지 기분이 좋다. 뭔가 한번 일을 저지르겠다”며 우승에 대한 야망을 숨기지 않았다. 반면 지난해 최하위였던 한화는 올해 전력이 더욱 약해졌다는 평가. 심지어 ‘신생팀 NC에 뒤질지도 모른다’는 걱정의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솔직히 우리가 좀 약하다”고 인정하면서도 “야구는 반드시 강한 팀이 이기는 게 아니다. 의외성이 많은 스포츠다. 운이 좋으면 또 우리가 이길 수도 있는 거고…”라며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안다’는 뜻을 나타냈다. 한때 천하를 호령하다 8년간의 감독 공백기를 딛고 승부의 정글에 몸을 던진 백전노장이, 자신이 없는 사이 무림의 고수로 성장한 제자에게 도전장을 던지는 형국이다.

승부사 김응룡과 선동열이 펼쳐나갈 2013년 프로야구의 드라마가 벌써부터 흥미진진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트위터 @keystonelee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