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발빠른 미봉책…실효성은 ‘에어볼’

  • 스포츠동아
  • 입력 2013년 3월 13일 07시 00분


선수협의회 창설·코칭아카데미 해결책 못돼
드래프트·FA제도 개선 등 이사회 전과 비슷


한국농구연맹(KBL)은 12일 오전 서울 논현동 KBL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날 동부 강동희 감독이 승부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구속되자 대책 마련을 서둘렀다. 한선교 총재, 안준호 경기이사, 이재민 사무처장 등은 고개 숙여 사죄의 뜻을 전했다. 이어 재발 방지를 위한 다양한 대책을 발표했다.

KBL은 신인드래프트와 자유계약선수(FA) 제도 등 각종 제도를 손질하기로 했다. 프로농구선수협의회를 창설하고, 은퇴 선수들의 진로 마련을 위한 코칭아카데미도 운영하기로 했다. 또 프로농구 관계자 전원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한 총재는 “팬 여러분 앞에 다시 당당히 설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 스포츠의 근본을 뒤흔드는 승부조작에 대해선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불관용의 원칙 하에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KBL이 발 빠르게 움직였지만, 한 총재가 이날 밝힌 대책의 실효성에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드래프트, FA 제도 개선안은 승부조작이 터지긴 전 이사회에서 논의된 내용과 별반 다른 게 없다.

또 선수협의회 창설과 코칭아카데미 개설은 승부조작을 근절하는 근본대책이 아니다. 선수들의 은퇴 후 미래 설계를 도와 승부조작 등 검은 유혹에서 보호한다는 발상인데, 농구 저변이 날로 열악해지고 지도자들의 일자리도 줄어들고 있는 현실에서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스럽다.

한 총재의 말처럼 프로농구가 환부를 도려내고 새 살을 돋게 하기 위해선 말 그대로 환골탈태가 필요하다. KBL과 10개 구단 프런트, 감독과 선수 등 구성원 모두가 새 판을 짠다는 생각으로 재출발해야 한다. KBL이 지금처럼 벌어진 일을 수습하는 데 급급하면 프로농구는 존폐의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트위터@gtyong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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