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장’ 류중일만 바라보다 ‘복장’ 터진 한국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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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7일 07시 00분


6일 저녁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류중일 감독이 고개를 숙이며 참패에 대한 사과의 뜻을 밝히고 있다. 류 감독은 “국민들 기대에 보답하지 못해 죄송합니다”라고 말한 뒤 채 공항을 떠났다. 인천국제공항|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6일 저녁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류중일 감독이 고개를 숙이며 참패에 대한 사과의 뜻을 밝히고 있다. 류 감독은 “국민들 기대에 보답하지 못해 죄송합니다”라고 말한 뒤 채 공항을 떠났다. 인천국제공항|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 한계 드러낸 한국대표팀 벤치파워

한국시리즈 2연패…국내무대 승승장구
亞시리즈 등 국제무대선 초라한 성적표
용병술·전략 부재…감독 커리어 큰 상처


흔히 ‘감독 중에는 덕장, 지장, 용장이 있다. 그러나 복장을 당할 자는 없다’는 얘기가 있다.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류중일 감독은 삼성 사령탑을 맡은 뒤 2년간 줄곧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류 감독의 업적 뒤에는 ‘전임 감독의 유산을 물려받은 복장’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곤 했다. 선한 성품으로 선수들의 분위기를 잘 살려주고, 코치들에게 권한을 위임해준 류 감독의 새로운 리더십이 삼성의 탄탄한 전력과 어우러져 우승까지 이어졌다는 얘기였다.

이런 평가 안에는 ‘태평성대에는 강하지만 난세에는 물음표가 붙는다’는 인식도 일정 부분 스며들어있다.

이처럼 복장의 이미지가 강했던 류 감독의 운은 2011년 대만 타이중에서 일본 챔피언 소프트뱅크를 꺾고 아시아시리즈 우승을 달성한 데 이어 지난해 한국시리즈마저 2년 연속 제패하며 정점을 찍은 뒤로는 이상기류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바로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열린 2012아시아시리즈에서 예선 탈락이라는 뜻밖의 성적표를 받아든 것이다. 이번 WBC 1라운드 탈락으로 이제 감독 커리어에 큰 상처를 남기게 됐다.

대표팀 역대 최강의 타선이라는 평가 속에 출범했으나 빈약한 득점력 탓에 탈락했다는 사실이 더 충격적이다. 류 감독은 이승엽(삼성)∼이대호(오릭스)∼김태균(한화)의 거포 3총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명색이 국가대표인데 막상 뽑아놓고도 덕아웃에 앉혀둔 선수들이 적지 않았다는 현실도 씁쓸한 대목이다. 네덜란드전에서 너무 많은 실점을 ‘방관’한 것이나, 6점차 이상으로 못 이기면 어차피 탈락인 대만전에서 더 극단적인 공격 라인업을 들고 나오지 못한 것도 아쉬움을 남긴다. 이번 WBC에서 가장 아픈 사람이 된 류중일 감독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트위터@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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