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 호날두는 웃지 않았다…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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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7일 07시 00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사진출처|KBS N 스포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사진출처|KBS N 스포츠
레알 마드리드 챔스 16강 2차전 맨유 격파
맨유팬 야유 대신 기립…호날두 노래까지
결승골 넣은 호날두 침묵 세리머니로 화답


세기의 승부에서 역사를 창조한 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8·레알 마드리드)였다. 호날두는 6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1-1로 팽팽히 맞선 후반 24분 결승골을 작렬해 팀의 8강행을 이끌었다. 레알 마드리드는 후반 3분 수비수 라모스의 자책골로 끌려가다 후반 21분 모드리치의 동점골과 호날두의 역전골로 승리했다. 지난 달 14일 홈에서 열린 1차전(1-1 무승부)에서도 골 맛을 봤던 호날두는 이날 ‘침묵의 세리머니’로 기쁨을 대신해 친정에 대한 예우를 지켰다.

○기쁘지만 기쁠 수 없던 친정 방문

이과인의 낮은 크로스를 호날두는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기뻐하는 동료들을 자제시킨 뒤 담담히 자리를 떴다.

“(팀이 이겨) 기쁘지만 (맨유의 탈락은) 슬프다”는 한 마디는 호날두의 진정성을 확인시키기에 충분했다. 2003년부터 2009년까지 6시즌을 함께 한 맨유였다. 호날두는 196경기 출전 84골을 몰아치면서 맨유의 황금기를 열었다. 정규리그 3회, FA컵 1회, 리그 컵 1회, 챔스리그 1회 등이 맨유-호날두의 합작품이었다.

2009년 여름 스페인 마드리드로 떠난 지 3년9개월 만에 찾은 올드 트래포드는 감동으로 가득했다. 친정 팬들은 야유 대신 기립 박수로 스타의 귀환을 환영했고, 출전 멤버 소개가 이뤄질 때는 호날두를 맨유 선수단 맨 마지막에 호명하며 “웰컴(Welcome)”을 외쳤다. 장외에서도 호날두와 맨유의 로고가 함께 새겨진 스카프와 티셔츠가 판매됐다.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복잡한 심경”이라는 호날두는 종료 휘슬이 울린 뒤 필드를 돌며 감사를 표했고, 맨유 팬들은 잠시 접어둔 호날두 응원가를 부르며 격려했다.

○순간순간의 드라마

“이 경기를 보기 위해 세상이 멈춘다.”(레알 마드리드 주제 무리뉴 감독)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팀들이 만난다.”(맨유 알렉스 퍼거슨 감독)

평일이지만 맨체스터의 모든 호텔은 빈 방이 없었고, 시내 술집과 식당은 인산인해였다. 7만8000여 명이 운집한 그라운드에선 화려한 드라마가 연출됐다. 총 3골이 나왔고, 맨유의 ‘살아있는 전설’ 라이언 긱스는 개인 통산 1000경기 출장의 대기록을 작성했다.

이색 볼거리도 있었다. 후반 10분 나니가 공중볼 경합 과정에서 발을 높이 들었다는 이유로 주심에게 레드카드를 받자 역정을 내던 퍼거슨 감독은 ‘적장’ 무리뉴 감독과 귀엣말을 나눈 뒤 이성을 되찾았다. 퍼거슨 감독은 치열한 공방전이 계속될 땐 이례적으로 홈 팬들을 향해 더욱 큰 함성을 유도하는 등 평소와 다른 스킨십을 과시했다.

그래도 완전히 분이 풀린 건 아니었다.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건 맨유 마이클 펠란 수석코치였다. “판정이 너무 가혹했다. 10명으로 11명이 뛴 레알 마드리드를 이길 수 없다”던 펠란 코치의 말에 무리뉴 감독은 “맨유의 심경을 완벽히 이해한다. 오늘 더 훌륭한 팀이 충분치 못한 팀에 졌다”고 위로의 메시지를 던졌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맨체스터(영국)|이지훈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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