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하는 한국 대표팀과 대만 실업올스타와의 연습경기가 열린 28일 대만 타이중 인터콘티넨털 구장. 한국 선수단 가운데 이대호(31·오릭스)의 글러브가 유독 눈에 띄었다.
1루수용 미트에 자신과 아내 신혜정 씨의 영문 이니셜(DH♡HJ)을 함께 새겨 넣은 건 한국 롯데에서 뛸 때와 같았다. 그런데 다른 점이 있었다. 선명한 태극기가 함께 새겨져 있었다. 이번 대회에 임하는 마음가짐을 그대로 드러내는 듯했다. 이대호의 일본어 통역사인 정창용 씨는 “정규 시즌에는 오릭스의 팀 컬러인 금색이 들어간 글러브를 사용한다. 그런데 이번 대회를 앞두고 이대호가 직접 업체에 태극기 글러브를 특별 주문했다”고 전했다.
이대호의 각오만큼 대표팀이 그에게 거는 기대도 크다. 대표팀에는 이대호와 이승엽(삼성), 김태균(한화) 등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거포 1루수가 3명이나 있다. 누가 주전으로 나서도 이상할 게 없지만 류중일 대표팀 감독은 일찌감치 이대호를 붙박이 4번 타자로 낙점했다. 류 감독은 “타격 컨디션으로 볼 때 이대호가 가장 좋다. 연습경기에서도 이대호만 홈런을 2개 쳤다. 이대호는 전 경기 4번 타자다. 이승엽과 김태균은 상대 투수가 왼손이냐 오른손이냐에 따라 교대로 선발로 내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역대 WBC에서 중심타자의 맹활약은 대표팀의 호성적으로 이어졌다. 4강에 오른 2006년 제1회 대회는 이승엽의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승엽은 당시 5개의 홈런과 함께 타율 0.333, 10타점을 기록하며 한국의 4강행에 기여했다. 2009년 제2회 대회에서는 김태균이 타율 0.345에 3홈런, 11타점을 기록하며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두 선수는 나란히 1, 2회 대회 홈런왕에 올랐다.
2006년 당시 요미우리로 갓 이적한 이승엽은 WBC에서의 맹활약을 발판 삼아 팀의 4번 타자에 안착할 수 있었다. 김태균은 2009년 시즌 뒤 일본 프로야구 롯데와 계약했다. 이대호에게도 올해 WBC는 또 다른 도약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다. 이대호는 올해 말 오릭스와의 2년 계약이 끝난다. 올해 WBC에서 맹활약한다면 메이저리그 팀들의 관심을 받거나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일본 내 다른 팀으로 이적할 수도 있다.
자신과 아내의 영문 이니셜(DH♡HJ)과 태극기를 새겨 넣은 이대호의 1루수용 미트. 타이중=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이대호는 1회 대회 때는 대표팀에 뽑히지 못했고, 2회 대회 때는 타율 0.278에 5타점의 평범한 성적으로 동기생 김태균의 그늘에 가렸다. 3번째 대회에서 이대호는 4번 타자 전 경기 출장이라는 기회를 잡았다. 이대호가 이번 대회에서 홈런왕에 오른다면 한국은 세 대회 연속 홈런왕을 배출하게 된다.
한편 한국 대표팀은 이날 대만 실업올스타와의 연습경기에서 2-2로 승패를 가리지 못했다. 대만 현지에서 치른 6차례의 연습 경기에서 2승 1무 3패를 기록한 한국은 2일 오후 8시 반 네덜란드와 WBC 1라운드 첫 경기를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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