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재기 노리는 K리거] 김성환 “재활 공들여준 울산 성적으로 갚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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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2월 23일 07시 00분


울산에 둥지를 튼 김성환이 전지훈련지인 일본 미야자키 숙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미야자키(일본)|박상준 기자
울산에 둥지를 튼 김성환이 전지훈련지인 일본 미야자키 숙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미야자키(일본)|박상준 기자
부상·부진…영원할 것 같았던 성남과의 이별
“네가 필요하다” 나를 이끈 김호곤감독 한마디
신혼인데 함께 못하는 아내에게 미안하지만…
서서히 감각 회복…마음은 벌써 그라운드에


“제가 주장인데 흐름을 못 잡았던 거죠.”

부산 사투리 섞인 말투는 다소 투박했다. 그러나 속마음까지 속일 수는 없었다. 성남일화에서 울산현대로 둥지를 바꾼 수비형 미드필더 김성환(27)은 어렵게 말문을 꺼냈다. 그는 작년 중반 주장을 맡았던 사샤가 중동으로 이적하면서 완장을 물려받았다. 그러나 완장의 땀이 마르기도 전에 큰 부상을 당했다. 작년 7월8일 전남전에서 오른쪽 팔꿈치가 탈골되며 두 달을 쉬어야만 했다. 주장을 잃은 성남은 3연패를 당하는 등 부진했다. 팀 성적도 곤두박질쳤다. 11월 중순에는 정규리그 마지막 2경기를 남기고 다시 부상으로 쓰러졌다. 대학팀과 연습경기 중 오른발 내측 인대를 크게 다쳤다. 시즌 아웃이었다. 우승후보로 꼽혔던 성남은 극도의 부진 끝에 12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23경기 출전에 2골1도움. 2012시즌을 마치고 많은 변화가 있었다. 자신을 아꼈던 신태용 감독이 경질됐다. 새 사령탑으로 안익수 감독이 부임했다. 김성환은 재활에 매진하고 있던 때였다. 그는 팀 훈련에서 빠지며 새 감독에게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한 채 2월 중순 울산으로 이적했다. 성남에서 오랫동안 현역 생활을 하고 싶었던 터라 아쉬움이 컸다. 김성환은 “작년 부담감을 떨쳐버리고 새 팀에서 내 능력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결혼식 전날 걸려온 한 통의 전화

김성환은 작년 12월9일 피앙세 김소희 씨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그러나 울적한 기분을 털어낼 수가 없었다. 전날 받은 전화 한통이 마음에 걸렸다. 김성환은 “결혼 전날 신태용 감독님의 경질 소식을 들었다. 때마침 감독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하더라. 시작과 끝을 같이 했는데…”라고 말꼬리를 흐렸다.

우승 후보의 추락과 감독 경질까지. 김성환은 프로 입단 후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작년은 어느 때보다 외롭고 부담감에 힘들었다. 그는 “2009년 입단 이후 주전을 꿰차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작년은 달랐다. 팀을 이끌어줄 만한 고참도 없고, 부담감도 유독 컸다. 어린 나이에 주장을 맡다보니 부진을 어찌 해볼 방도가 없었다”고 말했다. 성남은 작년 사샤와 에벨찡요가 팀을 떠나고 한상운이 이적하면서 새 선수들을 급하게 수급했다. 그러나 조직력을 맞출 시간이 적었다. 자연스레 팀도 흔들렸다.

그는 “어떤 경기는 이기겠다는 느낌이 있는데 그런 게 전혀 없었다. 숱하게 역전패하면서 점점 지쳐만 갔다”고 했다. 이어 “다운된 분위기를 올리려고 장난도 치고 백방으로 노력했다. 안 하던 회식도 하고 자진 합숙도 했다. 그런데 모든 게 의미가 없었다. 심리적인 문제가 너무 컸던 것 같다”고 토로했다.

○서울까지 찾아온 따스한 은사

울산은 김성환을 영입하기 위해 오랜 시간 공을 들였다. 그러나 김성환은 마음을 쉬이 잡지 못했다. 성남을 떠난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장고가 이어지던 찰나. 제주 전훈을 마친 울산 김호곤 감독이 서울로 올라왔다. 모 호텔에서 급하게 그를 찾았다.

김성환은 “에이전트를 통해 울산 얘기가 있었다.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그런데 김 감독님께서 먼 길을 오셨고, 나를 찾았다. 내가 꼭 필요하다는 말씀에 울산행을 결정했다”고 했다.

김 감독은 올 시즌 울산의 약점으로 수비형 미드필더를 꼽았다. 김성환에게 거는 기대가 그만큼 크다. 그도 그 기대를 잘 알고 있다.

“빨리 회복하기 위해 재활에 매진하고 있다. 아직 보여준 게 없어서 조급함도 없지 않다. 그러나 필드에서 조금씩 훈련을 하며 감을 찾고 있다. 감독님께서 편안하게 해주신다. 이적생은 뭔가를 보여줘야 해서 조급하기 마련인데, 울산은 몸을 만들 때까지 충분히 기다려준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준다. 울산의 강점인 것 같다.”

그는 복귀 시점을 3∼4월로 잡고 있다. 같은 포지션에서 뛰는 마스다를 비롯해 선수들 모두 많이 뛰기 때문에 호흡을 맞추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내다봤다. 그는 2010시즌 영상을 매일같이 보고 있다. 어느 때보다 몸 상태가 좋았고 주위에서도 2010년을 최고의 해로 꼽았다. 이미지트레이닝을 통해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김성환은 “신혼인데 함께 있어주지 못해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 아내가 표현은 안 했지만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빨리 정상 컨디션을 찾아 가치를 인정해 준 김 감독님과 울산 구단에 성적으로 보답하고 싶다”고 밝혔다.<끝>

울산 현대 김성환 사진제공|울산 현대
울산 현대 김성환 사진제공|울산 현대

김성환?

▲생년월일
:1986년 12월 15일
▲신체조건:184cm/78kg
▲포지션:미드필더
▲학력:광안중-동래고-동아대
▲프로경력:성남(2009∼2012) 울산(2013∼)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트위터 @sangjun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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