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잘 달려 슬픈, 연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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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올림픽 쇼트트랙 500m 결선 1위 하고도 한국 첫 金 이름 못올려

김연우가 1일 강원 강릉에서 열린 평창 겨울 스페셜올림픽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500m 결선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으로 들어오고 있다. 디비저닝(조 편성) 경기에서 1분58초47을 기록한 김연우는 결선에선 1분28초62를 기록하는 바람에 20% 이상 기록이 향상되면 최하위로 처리되는 대회 규정에 따라 금메달을 박탈당했다. 강릉=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김연우가 1일 강원 강릉에서 열린 평창 겨울 스페셜올림픽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500m 결선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으로 들어오고 있다. 디비저닝(조 편성) 경기에서 1분58초47을 기록한 김연우는 결선에선 1분28초62를 기록하는 바람에 20% 이상 기록이 향상되면 최하위로 처리되는 대회 규정에 따라 금메달을 박탈당했다. 강릉=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서둘러 직장을 마치고 수원에서 강릉으로 가는 길에 전화를 받았어요. 연우가 ‘엄마, 나 금메달 땄는데 어떻게 된 거야’라며 울더라고요.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평창 겨울 스페셜올림픽에서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긴 선수는 1일 열린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1000m의 현인아(15·창동중)다. 사실 현인아보다 앞선 경기 결선에서 가장 먼저 들어온 선수가 있다. 바로 500m에 출전한 김연우(13·수원 천천초)다. 하지만 김연우는 “디비저닝(조 편성) 경기 기록보다 결선 기록이 20% 이상 향상되면 안 된다”는 대회 규정에 따라 한국 선수 중 처음으로 금메달을 목에 거는 대신 조 최하위가 됐다. 기록지의 이름 옆에는 ‘DQ-HE’라는 영어 약자가 표시됐다. DQ는 실격(Disqualified), HE는 정직한 노력(Honest Effort)을 뜻한다. 디비저닝 경기에서 1분58초47을 기록했던 김연우는 결선에서 1분28초62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29초85나 빨라졌기에 레벨이 낮은 선수들과 한 조에 편성되려고 고의적으로 스피드를 낮췄다고 심판들이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김연우의 엄마 최정자 씨(44)는 “연우는 그런 머리를 쓸 수 있을 정도의 아이가 아니에요. 반면 경쟁의식은 강해 둘이 뛰어도 꼭 1등을 하고 싶어 하는 애입니다. 디비저닝 경기에서 심판진의 실수로 한 바퀴를 더 돌지 않았나 싶은데 확인할 방법이 없었어요. 대회 규정이니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지만 연우가 정직하지 못한 아이가 된 것 같아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엄마는 ‘정직한 노력’을 하지 않아 금메달을 박탈당했다는 기사를 연우의 친구들이 볼까봐 두렵다고 했다. 지적장애인이라 가뜩이나 학교생활이 어려운 상황에서 친구들이 이 일로 비난을 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다행히 김연우는 3일 열린 1000m 결선에서 우승했다. 일정을 모두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엄마는 휴대전화를 놓지 않았다. 할 말이 너무 많은 듯했다.

“연우가 금메달을 따고도 예상했던 것만큼 좋아하지는 않았어요. 아마 그날의 충격이 아직 가시지 않은 것 같아요. 연우가 결코 고의로 그러지 않았다는 것을 많은 분들이 알 수 있도록 기사를 써 주세요. 꼭 부탁드립니다.”

강릉=이승건 기자 why@donga.com
#김연우#평창 겨울 스페셜올림픽#금매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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