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지 뜨는 독수리 류현진, ‘보은의 잭팟’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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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다저스, 류현진 이적료로 한화에 280억원 제시… 연봉은 따로 협상

모든 야구 선수의 꿈은 세계 최고 무대인 메이저리그 무대에 서는 것이다. 한화의 왼손 투수 류현진(25)도 그랬다. 동산고 재학 시절 그의 우상은 전설적인 왼손 투수 랜디 존슨(전 샌프란시스코)이었다.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고교 2학년이던 2004년 왼쪽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았다. 이듬해 구위를 회복했지만 1차 지명권을 갖고 있던 연고 팀 SK는 부상 전력(前歷)이 있다는 이유로 신인 드래프트에서 그를 외면했다. 2차 1순위 지명권을 갖고 있던 롯데 역시 그를 지나쳤다. 류현진은 결국 한화의 지명을 받았다. 그런 류현진이 한국 프로야구 역사를 새로 썼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10일 “한 구단이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 입찰)에서 류현진에 대한 응찰액으로 2573만 달러(약 280억 원)를 써 냈다”고 발표했다. 이튿날 그 구단은 LA 다저스로 밝혀졌다. 이 금액은 고스란히 한화의 주머니로 들어간다. 어지간한 한국 프로야구단의 1년 운영비에 맞먹는 거액이다.

다저스는 앞으로 30일간 류현진에 대한 독점 교섭권을 갖는다. 류현진의 연봉은 별도로 책정된다. 그의 에이전트가 메이저리그의 ‘큰손’으로 불리는 스콧 보라스임을 감안하면 다년 계약에 연봉 500만 달러는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류현진은 “한화는 나를 이렇게 성장할 수 있게 만들어준 고향 같은 팀이다. (해외 진출의) 기회를 주신 한화 구단에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한화는 그에게 기회의 땅이었다. 그가 2006년 입단했을 당시 한화 사령탑은 ‘재활의 신’, ‘믿음의 야구’로 유명했던 김인식 감독이었다. 김 감독은 류현진의 재능을 믿고 꾸준히 선발투수로 출장시켰다. 당시 팀 동료였던 구대성(호주 시드니)과의 만남도 행운이었다. 류현진은 구대성으로부터 지금의 주무기인 체인지업을 배웠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스카우트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였다. 그는 캐나다와의 예선에서 완봉승을 거뒀다. 강호 쿠바와의 결승전에서는 8과 3분의 1이닝 동안 2실점 호투로 승리 투수가 됐다. 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는 “아마추어 최강 쿠바를 상대로 호투한 모습은 강한 인상을 남겼다”고 했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도전을 결심한 건 2009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였다. 그는 올해 초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WBC 본선이 열린 미국 LA 다저스타디움과 샌디에이고의 펫코파크를 가 본 뒤 ‘이런 멋진 곳에서 최고의 선수들과 맞붙고 싶다’는 의욕이 불타올랐다. 앨버트 푸홀스(LA 에인절스)와 알렉스 로드리게스(뉴욕 양키스)를 삼진으로 잡고 싶다”고 말했다.

문제는 한화의 동의였다. 9시즌을 채운 완전 자유계약선수(FA)가 아니라 7시즌을 뛴 조건부 FA였기에 구단의 허락을 얻고 포스팅 시스템을 거쳐야 해외 진출이 가능했다. 올 시즌 최하위를 한 한화로서는 선뜻 그를 보낼 수가 없었다. 그러나 여론은 ‘류현진의 미국행’을 지지했다. 결국 한화는 “일정액 이상의 응찰액이 나오면 해외 진출을 허락한다”는 조건을 붙여 류현진의 해외 진출을 허락했다.

포스팅 결과는 ‘대박’이었다. 응찰 액수 2573만 달러는 예상치를 뛰어넘는 ‘잭팟’이었다. 한화는 곧바로 응찰 액수를 수용했다.

이제 남은 건 연봉 협상이다. 보라스는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3선발급이다” “2년 후 완전 FA가 될 때까지 기다릴 수도 있다”며 몸값 올리기에 한창이다. 무리 없이 연봉 협상이 마무리되면 류현진은 한국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선수가 된다. 류현진은 보라스를 만나기 위해 14일 출국한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화#류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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