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석 기자의 취재파일] 전남 빼놓고 이천수 보도자료 배포…프로축구연맹, 이게 도대체 뭡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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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23일 07시 00분


이천수. 스포츠동아DB
이천수. 스포츠동아DB
“아니 프로축구연맹이 그렇게 할 일이 없나요?”

모 축구인이 쓴소리를 했다.

전남으로부터 임의탈퇴 당해 K리그에서 뛸 수 없는 이천수는 21일 전남-인천 경기가 벌어진 광양전용구장을 전격적으로 찾았다. 전남은 이천수의 방문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이천수는 그 동안 여러 차례 사죄 뜻을 밝혔는데, 전남이 용서하지 않자 깜짝 방문을 통해 진정성을 보여주려 한 것 같다. 이천수의 행동에 대해서는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짚고 넘어갈 부분은 연맹의 태도다. 연맹은 전속 사진기자를 광양으로 보내 이 장면을 찍었다. 그리고 이 사진을 전 언론사에 보도자료로 배포했다. 전남은 연맹이 보도자료를 낸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연맹이 무슨 자격으로 전남과 상의도 없이 보도자료를 냈는지 궁금하다. 연맹이 여론을 등에 업고 전남 압박에 들어간 것 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전남은 순식간에 선수의 눈물에도 냉담한 ‘속 좁은’ 구단으로 전락해 버렸다.

이에 대해 연맹 관계자는 “곤경에 처한 선수를 도울 수도 있는 것 아니냐. 전남을 압박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연맹에 묻고 싶다. 2000년 이후 17명의 선수가 임의탈퇴를 당했다. 이 선수들도 나름 여러 방법으로 이를 풀려고 했을 것이다. 연맹이 이런 선수들의 노력을 조명하거나 사진으로 찍어 보도자료를 낸 적이 있나. 물론 없다. 이천수가 처음이다.

사실 이천수는 광양 방문 전에 연맹에 의견을 구했다. 울산 감독 시절 이천수를 데리고 있었던 연맹 김정남 부총재가 이런 저런 조언을 해 줬다. 연맹이 이천수를 돕고 싶었다면 스승의 조언 정도에서 그쳤어야 했다. 해당 구단을 쏙 빼 놓고 보도자료까지 만든 건 그야말로 오버다.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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