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정씨 “배트대신 펜으로 플레이 홈런만큼 손맛 짜릿하죠”

  • Array
  • 입력 2012년 10월 23일 07시 00분


한국여자야구연맹 공식기록원 최혜정 씨가 집중해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선수로 뛴 경험이 있는 최 씨는 팀 전력을 분석하는 데도 일가견이 있다. 익산|김민성 기자
한국여자야구연맹 공식기록원 최혜정 씨가 집중해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선수로 뛴 경험이 있는 최 씨는 팀 전력을 분석하는 데도 일가견이 있다. 익산|김민성 기자
■ LG배 여자야구 공식 기록원 최혜정씨

“연맹 공인 전력분석원이에요. 저 친구한테 물어보면 선수들 장단점도 다 꿰고 있어요.”

2012 LG배 한국여자야구대회가 열리고 있는 전북 익산 국가대표야구전용훈련장. 공식기록을 담당하고 있는 최혜정(32) 씨를 두고 한국여자야구연맹(WBAK) 관계자가 한 말이다. 군산에 거주하는 그녀는 9월 1일 대회 개막 이후 매 주말 한번도 빠뜨리지 않고 익산을 찾아 공식기록을 전담하고 있다.

최 씨가 야구에 빠져 든 것은 2008년. 우연히 여자야구에 대한 기사를 접한 뒤 직접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군산에는 여자야구팀이 없었다. 광주에 있는 ‘스윙’에 입단해 매 주말 원정훈련을 하며 본격적으로 야구를 시작했다.

‘야구보다 더 재미있다’는 야구기록에 빠져든 계기는 이듬해 군산구장에서 열린 고교야구 지방대회에서 전광판 조작을 맡으면서부터. 야구를 조금 했다는 이유로 컴퓨터로 전광판을 조작하는 일을 하다 직접 기록에 도전하게 됐다. 그녀는 2009년 말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주관하는 기록강습회도 정식으로 수료했다. WBAK 관계자들은 최 씨의 기록 실력이 KBO 정식기록원 못지않다고 말한다. 이런 실력을 갖추게 된 데는 대한야구협회 안우준 기록위원의 힘이 컸다. 그녀는 군산 등에서 아마추어대회가 열리면 안 기록위원 옆에서 ‘개인교습’을 받았다.

익산야구구장 보조구장은 인프라가 열악해 직접 손으로 화이트보드에 스코어를 적기도 하는 등 게임이 시작되면 정신없을 정도로 바쁘지만, 투수들의 투구수 하나하나까지 꼼꼼히 기록할 정도로 최 씨의 기록 실력은 수준급. 깔끔하게 정리된 기록지를 보면 놀라울 정도다. 최 씨는 “리틀야구, 중고교 야구보다 더 기록이 어려운 게 여자야구”라고 웃으면서도 “안 기록위원님에게 배운 덕에 큰 어려움이 없다”고 밝혔다. WBAK 관계자들은 그녀를 ‘공식기록원’이라 부르는 동시에 ‘공식전력분석원’이라고 칭한다. 이는 남자야구선수 출신 못지않게 선수들의 장단점을 꿰뚫는 ‘야구 보는 눈’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직접 뛰는 야구는 그만둬 야구 기록이 “메인 아닌 메인”이 됐다는 최 씨는 “야구를 직접 해본 뒤 기록을 하니까 예전에 모르던 야구가 보이는 것 같다”며 “그래서 더 야구기록이 재미있고 보람 있다”고 말했다.

익산|김도헌 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