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탄생] 역전패에 빗나간 팬심…‘해태 버스 방화사건’ 아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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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22일 07시 00분


프로야구 역사 속의 10월 22일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2009년 이날에는 SK 김성근 감독이 한국시리즈 5차전 6회에 KIA
 1루주자 김상현의 2루 슬라이딩에 대해 수비방해라며 심판진에 강력히 항의하다 퇴장을 당했다. 스포츠동아DB
프로야구 역사 속의 10월 22일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2009년 이날에는 SK 김성근 감독이 한국시리즈 5차전 6회에 KIA 1루주자 김상현의 2루 슬라이딩에 대해 수비방해라며 심판진에 강력히 항의하다 퇴장을 당했다. 스포츠동아DB
10월 22일…프로야구 역사속 오늘

1986년 KS 3차전 삼성 일부 팬 지나친 흥분
해태버스에 불지르고 출동 경찰과 대치 ‘충격’

2009년 선수철수 김성근, KS 감독 첫 퇴장
2004년 현대-삼성 혈투…시간제한 무승부


전남 5가 9405. 이 번호를 기억하는 사람은 진정한 야구팬이거나 숫자 마니아일 것이다. 1986년 발생한 해태 선수단 차량 방화사건 때 완전히 타버린 45인승 리무진버스의 번호판이다. 1986년 10월 22일 오후 9시 45분 대구구장. 해태-삼성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홈팀 삼성이 패하자 흥분한 2000여 관중 가운데 일부가 경기장 밖에 세워둔 해태 선수단 버스에 불을 질렀다. 이들은 경기장내 주차장에 있던 시민의 승용차 유리창도 부수고, 차 일부를 파손시키며 11시까지 출동한 경찰과 대치했다. 해태 선수들은 1시간 동안 경기장에 갇혀 있었다. 사건이 충격적이어서 4차전 재개여부는 불투명했다. 다행히 인명사고는 없었다. 사고버스의 보상 문제를 놓고 책임소재를 따지는 바람에 이 사건은 1987년에 가서야 해결이 됐다. 1월 초 구단주간담회 결의로 삼성이 해태에 배상키로 했다.

경기는 삼성의 역전패. 김시진 이상윤이 선발 대결을 했다. 삼성은 1회 2사 2루서 이만수의 좌전적시타와 김성래의 2점홈런으로 3-0으로 리드했다. 그러나 해태는 2회 2사에서 김준환의 솔로홈런과 차영화의 좌월 2점홈런으로 동점. 차영화는 1983년 6월 1일 최동원을 상대로 홈런을 친 이후 3년 4개월 만에 홈런을 기록했다. 해태는 7회 1사 1·2루에서 김일권을 대신한 김일환의 좌전적시타로 역전하고, 서정환의 2루땅볼 때 김성래가 유격수에 잘못 던져 추가 득점을 올렸다. 2사 이후 김성한이 중전적시타를 쳐 6-3이 됐다. 삼성은 7회 고(故) 장효조와 이만수의 적시타로 5-6까지 따라갔으나 거기까지였다. 승리투수 김정수 세이브 차동철.

○두산 SK 덕아웃 몰래카메라 소문 신경전

2007년 SK-두산 한국시리즈 1차전. 두산 선발투수 리오스가 2-0 완봉승을 거둔 뒤 소란이 일었다. “SK가 1루 쪽 덕아웃 옆 펜스 밑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두산 주루코치 사인을 훔쳐보려고 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소문을 흘린 당사자는 두산 관계자로 밝혀졌다. 흥분한 SK 관계자들이 기자들에게 소문의 진원지로 지목된 장소를 공개하면서 두산의 사과를 요구했다. 두산이 공개적으로 사과를 하고, SK가 받아들이면서 일단락됐다. 시즌 22승 투수 리오스는 역대 한국시리즈 최소투구(99개) 완봉승.

○김성근 감독, 한국시리즈 퇴장 감독 1호

2009년 KIA-SK 한국시리즈 5차전. KIA의 선발투수 로페즈가 SK 타선을 9이닝 4안타 무실점으로 완봉했다. 한국시리즈 통산 8번째. 6회 1사 1·2루. 이종범의 2루 땅볼 때 2루를 밟고 더블플레이를 노리던 나주환의 오른발을 1루주자 김상현이 슬라이딩하고 들어가면서 건드렸다. 송구가 빠졌고, 최희섭은 득점했다. 김성근 감독은 뛰어나가 “수비방해”라고 주장했지만 심판진은 “정상적인 플레이”라며 어필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감독은 선수들을 철수시켰고 결국 퇴장을 당했다. 김 감독은 모든 인터뷰를 거부한 채 경기 도중 숙소로 돌아 가버렸다. KIA의 3-0 완승.

○OB 1982년 이후 13년 만의 우승

1995년 OB-롯데 한국시리즈 7차전. 김상진과 윤학길의 선발 대결. OB가 4-2로 승리하며 1982년 이후 13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뒀다. 마지막 아웃을 잡는 순간 시간은 오후 5시 17분이었다. OB 김민호는 31타수 12안타(0.387) 6도루 5득점 2타점으로 MVP를 차지. OB는 우승배당금 7억7000만원을 받았다. OB로서는 1996년 그룹창립 100주년을 앞두고 터진 경사였다.

○이강철 공 1개 세이브, 김응룡의 인천심판 발언 파문

1996년 해태-현대 한국시리즈 5차전. 3-1로 따라가던 현대가 9회 2사 2·3루 찬스를 잡았다. 박진만 타석 볼카운트 2B-2S에서 투수 김정수를 대신해 이강철이 투입됐다. 이희성이 대타로 나왔으나 초구 헛스윙으로 경기 끝. 이강철은 공 1개로 역대 포스트시즌 최소투구수 세이브를 따냈다. 김응룡 감독은 경기 뒤 “인천연고의 심판을 6차전 구심으로 내세우면 경기를 보이콧 하겠다”고 폭탄선언을 했다.

○포스트시즌 첫 시간제한 무승부

2004년 현대-삼성 한국시리즈 2차전. 난타전이 벌어졌다. 선발투수인 현대 정민태와 삼성 케빈 호지스가 상대 타선을 막아내지 못했고 구원투수들도 속수무책. 8-8 동점으로 9회가 끝났으나 경기 시간은 4시간 11분이나 걸렸다. 한국시리즈 4번째 무승부이자 포스트시즌 첫 정규이닝 시간제한 무승부가 됐다. 연장전에 들어가지 않은 이유는 2004시즌에 앞서 선수보호를 이유로 ‘경기 개시 4시간 이후 새로운 이닝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합의를 한 감독들이 미처 포스트시즌까지는 고려하지 못해서였다. 결국 이는 2004년 한국시리즈는 3차례 무승가 나오면서 사상 첫 9차전까지 가는 빌미가 됐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bga.com 트위터 @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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