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범현의 PS읽기] 무기력 투타·무대책 벤치…‘SK 야구’가 사라졌다

안방에서 달콤한 승리! 롯데 선수들이 19일 PO 3차전에서 SK를 4-1로 꺾은 직후 마운드에 모여 함께 손뼉을 마주치고 있다. 사직｜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3회 실책·보크때 이감독 흐름 끊었어야
진루타 불발·해결사 부재…SK타선 한숨
롯데 고원준 체인지업 앞세워 무실점투

2차전의 흐름이 3차전으로 이어진 것 같다. 롯데는 2차전 역전승의 바람을 탔고, SK는 자신의 야구를 해보지도 못하고 쉽게 무너졌다. 역시 단기전은 바람이 무섭다.

-시리즈의 흐름을 좌우할 3차전인데, 롯데가 기선을 제압했다.

“1회말 롯데는 4안타로 2득점하면서 기분 좋게 출발했다. 김주찬의 안타와 도루가 롯데의 공격 분위기를 잘 만들었다. 반면 SK 선발 송은범은 1회 투구수 33개로 2실점하며 출발이 무거웠다.”

-롯데는 3회에도 추가점을 내면서 경기의 주도권을 이어나갔다.

“3회말 유격수 박진만의 실책과 송은범의 보크로 SK가 2사 2루로 몰렸다. SK 배터리는 롯데 강민호에게 초구 직구를 던지다 적시타를 허용했다. 왜 초구를 그렇게 쉽게 던졌을까. 강민호의 공격 스타일을 봤을 때 더욱 아쉽다. 1회 2실점한 상황이고, 보크로 인해 불안했을 투수의 심리상태를 봤을 때 벤치에서 한번 경기의 흐름을 끊어줬으면 했다. 3회 실점은 SK답지 않은 실점이다.”

-롯데 선발 고원준이 벤치의 기대이상으로 호투했다.

“SK는 5회까지 고원준의 투구패턴에 전혀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특히 체인지업 종류의 떨어지는 볼에 속수무책이었다. 전체적으로 스윙이 크다는 느낌이었다. SK는 짧고 날카로운 스윙으로 다음타자와 연결해가면서 상대를 압박하고 득점하는 능력을 보여줄 때, 상대가 두려움을 느낀다. 이번 시리즈에선 전혀 SK답지 않은 공격을 한다.”

-SK의 타격부진, 특히 진루타 불발과 득점권에서 타선이 터지지 않는 이유는.

“오늘 SK의 공격모습은 그냥 휘두르기만 하는 느낌이었다. 상대가 봤을 때 전혀 두렵지 않은 모습이다. 3차전 SK의 선발 포수는 정상호였다. 물론 포수는 투수와의 호흡이 제일 중요하다. 하지만 이번 포스트시즌 타격 컨디션은 그렇게 좋아 보이지 않는다. 조인성은 2차전 때 3안타로 타격 컨디션이 좋아보였고, 포수로서도 베테랑이다.”

-SK는 6회 결정적 실점으로 되돌릴 수 없는 상황으로 몰렸다.

“6회말 SK가 롯데의 8∼9번 하위타선에 2사 후 추가 실점한 것이 오늘 게임의 결정적 점수다. 이때 문규현의 타구가 라이트에 가렸는지, 조동화의 타구판단 미스인지 결정적 점수를 내주는 원인이 됐다.”

-정대현이 등판할 수 없는 롯데로선 3차전이 고비였는데, 투수교체가 과감하면서도 매끄러웠다.

“6회초 선발 고원준은 79개를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박재상의 4구 이후 최정에게 몸쪽 높게 빠지는 공을 던지자 롯데 벤치는 결정을 내린 것 같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7경기 연속해서 등판한 김성배가 SK 4∼5번 중심타자를 잘 막아내면서 흐름을 끊었다.”

-SK가 이번 시리즈에서 전혀 자신의 야구를 못한다.

“그동안 SK 야구의 가장 큰 힘은 매뉴팩처링 능력이었다. 그런 모습을 상대가 가장 무서워하는데, 그런 야구를 보여주지 못한다. 4차전에는 SK 타자들이 뭔가 변화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전체적으로 시리즈를 앞두고 타격 사이클을 잘 못맞춘 느낌이다. 단기전은 컨디션과 사이클의 싸움이다. 1회 송은범이 흔들릴 때도 그렇고, 3회 보크 때도 SK 벤치는 움직이지 않았다. 이유가 궁금하다. 이호준은 1차전 때의 홈런이 독이 된 것 같다. 스윙이 너무 커져버렸다.”

스포츠동아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