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배 “늘 구경꾼이던 나, 위기에 던질 수 있어 가슴 벅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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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8일 07시 00분


롯데의 ‘PO 수호신’. 롯데 김성배가 17일 PO 2차전에서 4-4로 맞선 7회말 1사 3루 위기에서 등판해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김성배는 9회말까지 무실점으로 역투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문학|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롯데의 ‘PO 수호신’. 롯데 김성배가 17일 PO 2차전에서 4-4로 맞선 7회말 1사 3루 위기에서 등판해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김성배는 9회말까지 무실점으로 역투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문학|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김성배는 PS스타일

정대현 부상공백 메우던 불펜의 필승카드
감기몸살 견디며 준PO 4경기 빛나는 투혼
PO 2차전 7회말 1사 3루서도 무실점 V투


롯데는 2012시즌 두산에서 선수 2명을 데려왔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던 미약한 사건들이 포스트시즌 가을야구에서 창대한 반전 스토리로 나타나고 있다.

먼저 백업포수 용덕한. 롯데가 사실상 강민호 1명밖에 포수가 없는 궁색한 처지임에도 두산은 용덕한을 트레이드시켰다. 그 용덕한은 정규시즌 강민호를 잘 받쳐주더니, 준플레이오프(준PO)에서 부상으로 빠진 강민호를 대신해 공수에서 대활약을 펼쳐 롯데의 13년만의 포스트시즌 첫 관문 통과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야구계에선 용덕한의 롯데행을 두고 “양승호 감독이 아니었다면 절대 롯데로 올 수 없었을 선수”라고 말한다. 양 감독과 두산 사이의 돈독한 신뢰와 인맥이 작용했기에 두산이 다른 팀에서도 그토록 탐내던 용덕한을 롯데로 넘겼다는 얘기다.

그리고 PO에선 또 한명의 ‘두산파’가 사지에서 롯데를 구출해냈다. 지난해 겨울 롯데가 2차 드래프트에서 영입한 김성배(31)가 그 주인공이다. 그 역시 기다렸다는 듯 롯데 유니폼을 입혀준 양 감독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꿀성배’가 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위기마다 롯데를 지켜내다!

김성배는 PO를 앞두고 감기를 앓았다. 말하기조차 힘겨워 보였다. 감기에 몸살까지 겹쳐 더 기진맥진했다. 두산과의 준PO 전 경기에 등판했다. 4경기에서 4이닝을 던져 삼진 5개를 잡아내며 방어율 2.25를 기록했다.

사실 김성배는 전반기 롯데의 예상을 깬 2위의 일등공신이었다. 정대현이 없었던 롯데 불펜에서 필승카드로 활약했다. 그러나 팔꿈치가 아파 과거 오랜 공백기를 거쳤던 김성배에게 전반기의 잦은 연투는 후반기 들어 피로도를 가중시켰다. 정대현이 돌아오면서 자연스레 비중이 축소됐고, 그것으로 김성배의 역할은 끝난 듯했다. 그러나 믿기지 않게도 포스트시즌 들어 전반기의 구위가 돌아왔다. 압권은 8일 준PO 1차전이었다. 롯데가 연속 실책을 범해 역전패로 자멸할 위기에서 등판한 그는 6회 1이닝을 3탈삼진 무실점으로 막고 분위기를 다시 돌렸다. 이어 롯데는 8회 대타 박준서의 극적인 홈런으로 동점을 만든 뒤 연장전까지 넘어가 가장 중요한 1차전 승리를 낚았다. PO에서도 김성배는 가장 절망적 순간에 투입됐다. 16일 1차전을 패하고, 17일 2차전에선 정대현까지 무너져 1-4로 밀리던 상황이었다. 7회초 가까스로 4-4 동점을 만들었으나, 7회말 1사 3루 위기를 또 맞았다. 김성배는 여기서 SK 이호준, 박정권을 범타로 요리하고 9회까지 2.2이닝을 1안타 2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아 롯데의 연장 10회 5-4 승리를 이끌었다.

○롯데 김성배=팀이 이겼고 또 내가 그 승리에 한 몫을 했다고 생각하니 데일리 MVP가 된 것보다 더 기분이 좋다. (동점이던 7회 1사 3루) 위기 상황에 올라갈 때 공 하나하나 완벽하게 최선을 다해 던지겠다는 각오였다. 9회에 최정을 삼진으로 잡을 때 가장 짜릿했던 것 같다. 그동안은 소속팀이 포스트시즌에 나가도 늘 뒤에 처져 있거나 구경꾼 역할만 했는데, 올해는 이렇게 내가 중요한 순간에 나가고 이런 잔치를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매 순간 기분이 좋고 가슴이 벅차다.

문학|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트위터@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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