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아버지 “다리는 어떠니? 어깨는 괜찮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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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8일 07시 00분


김광현. 스포츠동아DB
김광현. 스포츠동아DB
5회초 마운드서 주저앉자 가슴 철렁
“다치지만 않았으면…” 자식 걱정만


‘일어나라, 일어나라, (김)광현(SK)아.’

16일 플레이오프(PO) 1차전이 열린 문학구장. 5회초 아웃카운트 하나만 잡으면, 승리투수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아들이 주저앉았다. 멀리 관중석에서 마운드를 응시하던 아버지 김인갑 씨의 마음도 덜컹 무너졌다. 아들의 경기라면 빼놓지 않고 관전했지만, 소위 ‘쥐’가 난 것은 처음 보는 장면이었다. 그만큼 집중해서 온 몸을 쏟아 부은 탓이었다. 아들의 이름을 연호하는 관중의 틈바구니 속에서 아버지도 마음속으로나마 작은 힘을 보탰다.

경기가 끝나고 자랑스러운 아들의 얼굴을 한 번쯤은 보고 싶었지만, 언제나 그랬듯 이번에도 발걸음을 돌렸다. 잠시 뒤 무뚝뚝한 부자의 통화가 닿았다. “아들, 이렇게 잘 던지는 모습은 2년 만에 처음 보는 것 같다.”(아버지) “고맙습니다.”(아들) “다리는 괜찮은 것 같던데, 어깨는 어떠니?”(아버지) “괜찮습니다.”(아들) 씩씩한 목소리 너머, 꼭 2010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할 때의 아들로 돌아와 있었다. “5∼6이닝에 2∼3점 정도로만 막아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오랜만에 기분이 좋네요. 부모 입장에서도 이런 경기는 처음 봤어요.”

잘난 아들을 두어 조금은 젠체할 법도 하지만, 김광현의 아버지에게는 그런 것이 없다. 겸손하고, 또 담백하다. 야구장에도 구단 프런트들조차 모르게 조용히 다녀간다. 스타지만, 진솔한 김광현 역시 그런 아버지를 닮았다.

아버지의 남은 바람은 이제 단 하나뿐이다. “부모 마음 다 똑같지, 별게 있나요? 그간 부상으로 고생을 많이 했으니, 다치지만 않았으면 좋겠어요. 마운드 위에 아들 서 있는 모습만으로도 저는 행복합니다.” 누군가에는 돌아온 에이스…. 하지만 아버지에게는 항상 애틋한 마음으로 지켜보는, 같은 자리의 아들일 뿐이다. 어느 시처럼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잔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

문학|전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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