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괴력의 차세대 거포 지안카를로 스탠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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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2일 10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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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안카를로 스탠튼. 동아닷컴DB
지안카를로 스탠튼. 동아닷컴DB
[동아닷컴]

홈런을 흔히 ‘야구의 꽃’이라고 부른다. 야구에서 홈런이 차지하는 비중을 단적으로 알려주는 말이다. 그래서 어떤 리그던지 홈런 타자는 최고의 대접을 받으며 팬들의 사랑도 듬뿍 받는다.

올 해 메이저리그의 내셔널리그 홈런 2위에 오른 지안카를로 스탠튼(22·마이애미)은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주목하는 차세대 거포다. 그는 올 시즌 무릎 부상으로 한 달 이상 결장했음에도 홈런 37개를 쏘아 올렸다. 1위 라이언 브라운(밀워키)과는 단 4개 차이.

지난 5월에는 한 달간 홈런 12개를 몰아치며 내셔널리그 5월의 선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올 시즌 성적은 타율 0.290 37홈런 86타점. 특히 그의 장타율(0.608)은 메이저리그 전체 1위를 기록했다.

스탠튼은 홈런 타자 중 비거리가 멀기로 유명하다. 그의 홈런은 펜스를 살짝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맞았다 싶으면 한 마디로 시원하게 넘어가는게 특징.

지난해 그의 평균 홈런 비거리는 약 127m. 그리고 배트 스피드는 시속 약 173km 였다. 건장한 체격과 빠른 배트 스피드가 늘 시원한 홈런을 쏘아 올리는 비결이다.

지난 5월 22일 (이하 한국 시간) 메이저리그 최고령 투수였던 제이미 모이어를 상대로 기록한 비거리 141m의 홈런을 뽑아냈을 때 스탠튼의 배트 스피드는 무려 197km 였다. 이는 메이저리그 타자들의 배트 스피드를 관측한 이후 가장 빠른 것이었고 당시 스탠튼이 쳐낸 공은 외야 전광판 상단을 때려 전광판이 잠시 작동을 멈추기도 했다.

또 8월 17일 콜로라도 쿠어스필드에서 기록한 홈런은 무려 151m를 날아가 2009년 이후 비거리가 가장 먼 홈런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동아닷컴 취재진이 스탠튼을 인터뷰 하기 위해 찾은 날도 그는 연습 배팅에서 연신 전광판 상단을 때려내는 큼지막한 타구를 날려 지켜보던 코칭스태프와 팀 동료들의 입을 떡 벌어지게 했다.

스탠튼은 고등학교 졸업반이었던 2007년 3개 대학으로부터 야구와 미식축구 장학생 입학을 제안 받았지만 그 해 메이저리그 신인지명에서 마이애미로부터 2차 지명(전체 76번)을 받아 프로에 입단했다. 그리고 3년 후인 2010년 6월 8일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데뷔 첫 해 총 100경기에 출장해 22개의 아치를 쏘아올리며 가능성을 인정받은 그는 지난해 150경기에서 34홈런을 기록했다. 그리고 올 해는 지난해보다 적은 123경기에 출전했지만 오히려 홈런 수는 37개로 증가했다. 스탠튼의 미래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다수의 메이저리그 스타를 단독 인터뷰 해온 동아닷컴은 정규시즌이 끝나기 전 스탠튼을 미국 현지에서 만나 얘기를 나눴다.
지안카를로 스탠튼. 동아닷컴DB
지안카를로 스탠튼. 동아닷컴DB

다음은 스탠튼과의 일문일답.

-현재 몸 상태는 어떤가?

“좋은 편이다. 최근 서부지역 원정 중이라 오랜만에 고향인 캘리포니아에 있는 식구들을 만나 기분도 좋고 그들의 응원을 받아 기운도 생긴 것 같다.”

-최근 10경기에서 홈런 10개를 쳤다. 지난 5월 기록(12개)을 갱신하는 건가?

“(웃으며) 사람 앞 일은 모르는 것이다. 하지만 그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지난 7월에 무릎 수술을 했다. 현재 상태는 어떤가?

“경기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을 만큼 좋아졌다. 통증도 없고 매우 좋다. 수술했다는 걸 못 느낄 정도다.”

-메이저리그에 데뷔한지 3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홈런 수가 벌써 100개에 육박했다. 비결이 있다면?

“날마다 새로운 걸 배운다는 자세로 코칭스태프의 가르침을 경청하고 매 경기 최선을 다해 집중하는 것 외에 특별한 비결은 없다.”

-야구는 언제 시작했나?

“(잠시 생각하더니) 아마 5, 6세였던 것 같다. 동네 리틀리그에서 처음 야구를 시작했다.”

-어렸을 적 좋아했던 선수나 롤모델은 누구였나?

“방망이를 잘 쳤던 포수 이반 로드리게스와 이미 작고한 왕년의 타격왕 로베르토 클레멘테를 좋아했다.”

-다문화 가정에서 자랐는데 영어 외에 다른 언어도 구사하는가?

“(웃으며) 아쉽지만 영어밖에 못한다.”

-야구를 시작한 후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꼽자면?

“행복했던 순간이 많지만 그 중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후 고향인 캘리포니아에서 처음으로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 앞에서 경기했을 때가 가장 행복하고 뿌듯했다.”

-그렇다면 반대로 가장 힘들었을 때는 언제였나?

“올 해 처음 메이저리그 올스타에 선정됐지만 무릎 수술 때문에 참가할 수 없어서 매우 아쉽고 힘들었다.”

-메이저리그 투수 중 까다로운 투수를 꼽자면?

“여러 투수가 있지만 그 중 시애틀 매리너스의 펠릭스 에르난데스가 가장 까다롭다.”

-차세대 홈런 타자로 투수들의 견제가 심할 것 같다.

“그렇다. 매년 투수들의 견제가 심해지는 걸 느낀다. 그럴때마다 나 또한 상대 투수의 투구패턴이나 볼배합 등을 전보다 더 연구하고 분석하는데 그런 과정을 즐기는 편이다. 물론 그런 것들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서로 상대를 견제하고 연구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나 뿐만 아니라 상대 투수들도 함께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긍정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안카를로 스탠튼. 동아닷컴DB
지안카를로 스탠튼. 동아닷컴DB

-야구 선수들은 슬럼프에 빠졌을 때 자신만의 탈출구가 있다고 하던데 당신의 경우는 어떤가?

“나는 슬럼프에 빠졌을 때 항상 기본기에 충실하려고 한다. 너무 많은 생각과 슬럼프를 빠져 나가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된다. 그래서 슬럼프가 오면 항상 초심으로 돌아가 야구 기본기에 집중하는 편이다.”

-내년 초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열린다. 참가할 것인가?

“미국 대표팀이 불러준다면 당연히 참가할 것이다. 비단 야구뿐만 아니라 어떤 식이든지 국가를 대표하는 것은 매우 영광스러운 일이다.”

-올 시즌 무릎 부상으로 한 달 이상 결장했다. WBC에 참가하는 게 부담스러울 것 같기도 한데?

“운동 선수의 향후 건강 상태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내가 앞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건강하게 야구를 할 수 있다고 보나? 내가 건강할 때 국가의 부름을 받아 대표팀에 승선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본다.”

-덩치도 크고 힘이 좋아 별명이 많을 것 같다.

“(웃으며) 어떻게 알았나? 사람들이 내가 발이 크다고 왕발(Big foot)이라고 부른다. 그 다음으로는 벰벰(Bamm-Bamm)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벰벰? 그건 무슨 뜻인가?

“만화영화 플린스톤스(Flinstones)에 나오는 캐릭터인데 왜 그렇게 부르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하하.”

-이제 겨우 22세다. 앞으로 메이저리그에서 뛸 시간이 많은데 장기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내가 가진 잠재력을 모두 다 발산해 보고 싶다. 그게 타격왕이 될지 홈런왕이 될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내 잠재력이 무엇이든지 간에 그걸 모두 다 발휘해 보고 싶은 게 목표다.”

-야구 선수들은 징크스가 많은데 당신도 그런가?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내 경우는 전혀 없다.”

-끝으로 한국에 있는 당신 팬들을 위해 한 마디 해달라.

“먼저 나를 응원해 줘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 멀리 한국에 있는 팬들을 위해서라도 항상 최선을 다해 앞으로 더 좋은 활약을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로스앤젤레스=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indian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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