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현의 가을 다이어리] 두산 민병헌, 2년만의 가을무대 두근 고생하신 어머니 위해 아들이 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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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1일 07시 00분


민병헌. 스포츠동아DB
민병헌. 스포츠동아DB
“(민)병헌아, 아버지가 쓰러지셨어….”

수화기 너머, 어머니의 목소리가 떨립니다. 평소 혈압이 높았던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뇌출혈로 쓰러졌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혹 야구하는 아들에 방해될까, 아버지의 상황을 비밀로 한 채 일주일이나 홀로 옆을 지키고 계셨습니다. 부랴부랴 찾아간 병원 중환자실. 아버지는 이미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며칠째 사경을 헤매던 아버지가 마치 저를 기다렸다는 듯 눈을 뜨셨습니다.

“…저녁은 먹었냐?”(아버지) “네. 아버지 먹었습니다.”(민병헌)

생사가 오가는 상황에서도 아버지는 아들의 끼니 걱정을 했습니다. 뜨거운 눈물이 두 뺨을 타고 흘러내립니다. 그게 마지막이었습니다. 그대로 눈을 감은 아버지는 두 번 다시 눈을 뜨지 못했습니다. 12년 전 딱 이맘 때 일입니다.

이후 넉넉지 못한 가정형편에 홀로 두 아들을 키우느라 고생하시는 어머니가, 제가 야구를 해야 하는 이유가 됐습니다. 세월이 흘러 프로야구선수가 됐고, 예전보다 생활형편도 나아졌지만 여전히 가족을 위해 스파이크 끈을 꽉 조입니다.

경찰청에서 제대한 날(10월 3일)이 마침 아버지의 기일이었습니다. 군인 신분에서 벗어나 민간인으로 돌아온 날, 가장 먼저 아버지를 만나러 갔습니다. ‘아버지, 아들 왔습니다. 저 잘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지난달 30일 (정)수빈이가 다치면서 갑작스럽게 1군의 부름을 받았습니다. 불과 2년 전까지 안방처럼 뛰어다니던 잠실 그라운드가 낯설기만 합니다. 늘 해왔던 야구인데 쿵쾅거리는 마음을 좀처럼 진정시킬 수 없습니다. 심지어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덜컥 이름을 올려버렸습니다. 주위의 기대치가 높아 부담감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그래도 2년 만에 밟게 된 가을무대에서 흘러나오는 애국가를 들으며 아버지께 기도했습니다. ‘아버지 팀이 이길 수 있게 해주세요. 아들이 팀 승리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제 간절한 소망, 들어주시리라 믿습니다.

hong927@donga.com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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