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응 “무실점 이닝 기록보단 10승 꼭 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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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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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발 44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 KIA 서재응

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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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응(35·KIA·사진)은 미국 프로야구 뉴욕 메츠 시절 ‘컨트롤 아티스트’로 불렸다. 메이저리그 통산 355승 투수 그레그 매덕스(은퇴)와 비교해 ‘서덕스’라고도 했다. 2005년엔 매덕스를 상대로 7이닝 무실점 호투로 승리를 거두기도 했다. 그는 시속 150km 이상의 강속구 없이도 스트라이크 존 구석구석을 찌르는 송곳 컨트롤로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제압했다. 풀타임 메이저리거 첫 해인 2003년 9승 12패 평균자책 3.82. 인상적인 출발이었다.

○ 신기록보다는 ‘10승’

3일 대전 구장에서 만난 서재응은 “그때보다 지금 공이 더 좋은 것 같다”며 웃었다. 9월 내내 타자들이 그의 공에 방망이를 헛돌릴 만도 했다. 서재응은 지난달 30일 군산 롯데전에서 2경기 연속 완봉승을 거두며 45이닝(선발 44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KIA 선동열 감독의 ‘선발 37이닝’을 넘어선 데 이어 선 감독의 49와 3분의 1이닝 무실점 기록에도 바짝 다가섰다.

하지만 그는 선배를 뛰어넘는 데는 큰 욕심이 없다. “일단 다음 등판(6일 광주 삼성전)에서 10승에 집중하다 보면 신기록도 따라 오지 않을까요.” 프로 14년차, 아직 시즌 10승을 기록한 적이 없는 베테랑 투수의 소박한 바람이다.

올 시즌 9승(7패)은 서재응의 올 시즌 경기 내용에 비해 아쉬운 성적이다. 그는 넥센 나이트에 이어 평균자책 2위(2.49)에 올라 있다. 하지만 KIA의 허약한 불펜과 빈약한 타선 지원 탓에 번번이 승리를 놓쳤다. 그는 불펜 투수가 승리를 날려도 호탕하게 웃고 만다. “메츠 시절부터 항상 승운이 없었기 때문에 이제 담담하다. 오히려 내가 못해서 질 때가 아쉽다”고 했다.

○ “윤석민, 몸쪽 공 승부 극복해야”

시즌 초 KIA 마운드는 외국인 투수가 교체되고 에이스 윤석민이 부진하면서 크게 흔들렸다. 그는 후배들에게 “잘 안 풀린다고 피하지 말고 우리 자리만 지키자. 그러면 팀도 페이스를 찾는다”며 다독였다. 맏형이 마운드를 든든히 지키자 KIA 선발 투수진은 지난달 23일부터 7경기에서 6번이나 완투를 하며 포스트시즌 진출의 희망을 이어갔다.

서재응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는 “1999년 오른 팔꿈치 수술을 한 뒤 스피드를 잃었다. 살아남기 위해선 제구력밖에 없다고 생각해 한 코스에 공을 10개씩 던지는 훈련을 꾸준히 했다”고 말했다. 2008년 국내 복귀 후 성적이 신통치 않자 대학 시절 주무기였던 슬라이더를 다시 연마하고 포크볼과 투심도 새로 익혔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꿈꾸는 후배 윤석민에게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석민이가 지난해 투수 4관왕을 하고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컸던 것 같다. 몸쪽 공을 연속으로 던질 수 있다면 미국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서재응에게 물었다. 다시 야구를 한다면 강속구와 컨트롤 중 무엇을 택하겠느냐고. 그는 “당연히 빠른 공을 던지고 싶다. 시속 150km의 공을 던질 때의 희열을 아직 잊지 못한다”며 웃었다.

대전=박성민 기자 min@donga.com
#프로야구#기아 타이거즈#서재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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