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브레이크] 박찬호 “은퇴, 조심스럽게 고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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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4일 07시 00분


코리안 특급은 내년에도 달릴까. 한화 박찬호가 시즌 마지막 등판인 3일 대전 KIA전 6회 2사에서 교체되자 마운드를 내려오며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5실점이 아쉬웠던 것일까, 아니면 은퇴시기를 고민하고 있어서였을까. 박찬호의 표정 속에는 많은 것이 담긴 듯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코리안 특급은 내년에도 달릴까. 한화 박찬호가 시즌 마지막 등판인 3일 대전 KIA전 6회 2사에서 교체되자 마운드를 내려오며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5실점이 아쉬웠던 것일까, 아니면 은퇴시기를 고민하고 있어서였을까. 박찬호의 표정 속에는 많은 것이 담긴 듯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국내 첫 시즌을 마감한 박찬호의 소회

하루종일 한국말, 19년만에 처음
올 한해, 모든 게 값진 경험이었다

팀 동료들 적응하는데 많은 도움 줘
내년? 몸도 안좋고 후배들도 생각
부모님은 은퇴 원해…신중히 결정


“오늘만큼은 ‘한화의 박찬호’가 아니라 ‘박찬호의 한화’다.”

한화 한용덕 감독대행은 3일 대전 KIA전을 앞두고 이렇게 선언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감격적인 한 해를 보낸 한화 박찬호(39)가 2012년의 마지막 공을 던지는 날. 팔꿈치 부상과 허리 통증을 이겨내고 착실하게 준비해 온 등판이다. 한 감독대행은 “승패를 떠나 박찬호를 위한 경기를 하겠다”고 했고, 팀원 전체를 등에 업은 채 귀중한 경기를 마친 박찬호는 밝은 표정으로 “개운하다”며 웃었다.

○‘코리안 특급’의 귀환에 들썩인 한국 프로야구

박찬호는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였다. 17년간 빅리그에서 뛰면서 동양인 최다승 투수(124승)의 업적을 쌓았다. 지난해 일본 프로야구를 경험한 뒤 올해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의 동의를 얻어 드래프트 절차 없이 고향팀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출발부터 화제였다. 계약금 6억원과 신인연봉 2400만원을 유소년 야구 발전기금으로 기부했다. 선발등판 7연속경기 매진 행진을 펼쳤다. ‘의미’를 넘어 ‘성적’으로도 기대 이상을 해냈다.

후반기에는 부상과 체력저하로 부진했지만, 전반기에는 16경기에서 4승5패에 방어율 3.77로 팀의 2선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박찬호는 “모든 게 값진 경험이었다”고 했다.

○6회까지 92개 던진 마지막 투혼 “모든 게 값진 경험”

당초 50개만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오려고 했다. 그러나 50개를 넘기고 5회를 지나 6회까지 마운드에 올랐다. 성적은 5.2이닝 6안타(1홈런) 4삼진 5실점(3자책)에 투구수 92개. 박찬호는 “감독님과 투수코치님이 팬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오래 던지는 게 좋지 않겠냐는 말씀을 하셨다. 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마운드를 지켰다”며 “단 1이닝이라도 던지고 시즌을 끝내고 싶었는데, 선발로 나와 6회까지 갈 수 있어 기분이 좋다”고 했다. 그에게는 무엇이든 ‘19년 만’이었기에 특별한 한 해였다. “팀 동료들이 내가 적응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줬다. 하루 종일 한국어로 말하고 한국 음식을 먹은 게 19년 만에 처음이었다”며 “올 한 해에 만족한다. 최선을 다했기에 더 이상은 없을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은퇴 여부는 미정 “부모님은 은퇴 원해”

박찬호는 내년이면 한국 나이로 마흔 하나가 된다. 현역 생활 연장에 대한 고민을 하고도 남을 시기다.

그는 “은퇴를 놓고 조심스럽게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에 올 때부터 오래 선수 생활을 할 생각은 없었다. 한 시즌이라도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어 기쁘다는 생각뿐이었다”며 “개인적으로는 몸도 아프고 지금보다 내년에 더 잘 할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다. 나 때문에 자리를 찾지 못할 후배들도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 무엇보다 중요한 가족의 마음도 살펴야 한다. 박찬호는 “19년 만에 고향에서 추석을 보냈는데, 부모님도 ‘중년이 다 돼가는데 (선수 생활을 하는 모습을 보면) 안쓰러운지 그만뒀으면 하시더라”며 “내게 남은 가장 중요한 과제인 것 같다.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대전|배영은 기자 yeb@donga.com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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