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애 ‘초크 라인’ 부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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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지애 브리티시 오픈 우승… 2위 박인비와 9타차

“석양 배경으로 찍고 싶어요” 사진기자 요청에 키 커진 신지애 4년 만에 브리티시여자오픈 정상에 복귀한 신지애가 우승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석양을 배경으로 찍고 싶다는 사진기자들의 요청에 드라이빙 레인지의 연습볼 바구니 위에 올라서서
 포즈를 취한 모습이 이색적이다. 리버풀=로이터 연합뉴스
“석양 배경으로 찍고 싶어요” 사진기자 요청에 키 커진 신지애 4년 만에 브리티시여자오픈 정상에 복귀한 신지애가 우승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석양을 배경으로 찍고 싶다는 사진기자들의 요청에 드라이빙 레인지의 연습볼 바구니 위에 올라서서 포즈를 취한 모습이 이색적이다. 리버풀=로이터 연합뉴스
완벽한 우승이었다.

‘파이널 퀸’ 신지애(24·미래에셋)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브리티시여자오픈 우승 소식을 접한 전 세계 골프팬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신지애가 악천후 속에서도 브리티시여자오픈의 역사에 남을 만한 압도적인 승리를 일궜기 때문이다.

신지애는 16일(현지 시간) 영국 리버풀의 로열 리버풀링크스(파72)의 최고 순간 초속 30m에 이르는 바닷바람과 간간이 쏟아지는 비를 이겨낸 유일한 선수였다. 그는 2라운드 이후 리더보드 맨 윗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참가 선수 중 유일하게 언더파(9언더파 279타)를 기록했다. 단독 2위 박인비(이븐파 288타)와의 격차는 무려 9타. 2001년 브리티시여자오픈이 LPGA 메이저대회로 승격된 뒤 최다 타수 차 우승이다. 종전 최다 타수 차 우승은 2004년 캐런 스터플스(잉글랜드)가 기록한 5타 차.

○ 욕심 버리고 찾은 지존 샷

신지애는 전성기 샷을 되찾았다. 특히 ‘초크 라인(Chalk Line·공을 일직선으로 쳐 페어웨이를 놓치지 않는다는 의미)’이라 불리던 정교한 샷은 일품이었다. 실제로 올 시즌 신지애의 페어웨이, 그린 적중률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올 시즌 페어웨이 적중률은 82.8%로 슬럼프를 겪은 지난해(79.2%)보다 상승했고 다승, 신인왕, 상금왕 등 3관왕을 달성했던 2009년(82.4%)보다도 높다. 그린 적중률도 73.5%로 2009년(71.4%)보다 정교해졌다.

신지애는 로열 리버풀 코스의 좁은 페어웨이, 깊은 러프, 턱 높은 벙커 등 악조건 속에서 열린 2라운드에서 92.9%의 페어웨이 적중률을 기록하며 8언더파를 몰아쳤다. 그는 “비거리보다는 페어웨이를 지키려고 노력했다. 특히 로열 리버풀 코스는 벙커가 많기 때문에 매번 샷을 완벽하게 쳐야 한다”고 말했다.

신지애는 2011년 비거리를 늘리기 위해 스윙 자세를 교정하다 슬럼프에 빠진 적이 있다. 그는 “5월 수술 후 왼쪽 팔과 어깨가 많이 약해졌다. 재활훈련을 하면서 힘을 키우기보다는 몸의 균형을 되찾는 노력을 했다. 그러다 보니 힘보다는 정확도 위주로 하는 스윙을 되찾게 됐다”고 설명했다.

○ 고뇌 끝에 찾은 마음의 평화


신지애는 슬럼프를 겪으며 욕심을 버렸다. 그러고 나서 평정심을 되찾았다. 이번 대회 직전 인터뷰에서도 “나의 목표는 매일 1언더파만 치는 것이었다. 최종 합계 4언더파면 우승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지애의 강한 정신력도 돋보였다. 4라운드 1번홀에서 트리플 보기를 범한 후 진가를 발휘했다. 신지애는 강풍 속에서도 이후 5번홀까지 침착하게 파 세이브하며 경기를 풀어간 반면 1번홀 직후 2타 차까지 추격했던 경쟁자 캐리 웹(호주)은 연속 보기로 무너졌다. 신지애는 “스스로에게 ‘괜찮아. 아직 선두를 유지하고 있으니까 편하게 하자’고 다독이며 평정심을 유지했다. 1번홀 트리플 보기는 이후 부담이 아닌 자극제가 됐다”고 말했다.

지난주 열린 LPGA 킹스밀 챔피언십부터 신지애와 환상의 짝꿍을 이룬 캐디 플로리앙 로드리게스(프랑스)도 심리적 안정을 도왔다. 신지애는 “새 캐디가 나를 무척 편안하게 해줬다”며 고마워했다.

○ 즐기며 찾은 제2의 전성기

신지애의 표정은 한결같았다. 악천후에 줄곧 인상이 구겨진 다른 선수들과는 달리 유독 밝았다. “나쁜 기상 조건을 탓하기보다는 매 순간 즐기려고 노력했다. 이런 험난한 날씨에서도 36홀 이븐파를 쳤는데 이제 어떤 코스에서도 좋은 스코어를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몸과 마음 모두 굳건해진 신지애. ‘지존’은 이렇게 화려하게 부활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신지애#브리티쉬 오픈#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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