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애 우승 뒤엔 신무기 ‘하이브리드’가 있었다

  • Array
  • 입력 2012년 9월 18일 07시 00분


신지애. 스포츠동아DB
신지애. 스포츠동아DB
4년만에 브리티시 女오픈 정상…‘돌아온 여제’ 신지애 무엇이 달라졌나?

하이브리드 클럽으로 그린 적중률 높여
물리치료사 오빠·아버지 합류 심신 안정
새 캐디와 호흡 척척 “무엇보다 맘 편했다”


‘파이널 퀸’ 신지애(24·미래에셋)가 돌아왔다. 4년 만에 브리티시여자오픈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신지애는 17일 오전(한국시간) 영국 리버풀의 로열 리버풀 링크스(파72·6657야드)에서 열린 브리티시여자오픈(총상금 275만 달러)에서 합계 9언더파 279타를 쳐 박인비(24)를 9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2008년 이후 4년 만이다. 우승상금은 41만8825달러. 10일 킹스밀 챔피언십에서 1년10개월 만에 LPGA투어 9승을 신고한 뒤 일주일 만에 시즌 2승을 거뒀다. LPGA투어 개인 통산 10승째. 돌아온 지존 신지애에게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새 무기 하이브리드 ‘손에 착착’

먼저 기술의 변화가 눈에 띈다. 최근 하이브리드 클럽의 사용이 자주 보인다.

신지애의 장기는 정확한 아이언 샷. 그러나 짧은 드라이브 샷을 커버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단점으로 지적 받아왔다. 올해부터 새로 들고 나온 무기가 하이브리드 클럽이다. 페어웨이 우드와 아이언의 장점을 결합한 장비다. 롱 게임이 불안한 선수들이 선호하는 클럽이다.

이 클럽으로 롱 아이언의 부담을 떨쳐냈다. 170야드 이상에서도 그린을 직접 공략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기록에서 확연히 달라진 점을 볼 수 있다. 2009년 71.4%이던 그린 적중률은 2010년 68.7%로 낮아졌다. 2011년 70.9%까지 끌어올렸지만 예전 같지 않았다. 올 시즌 73.5%(5위)로 LPGA 진출 이후 가장 좋아졌다. 덕분에 평균 타수 부문도 1위(70.17타)를 질주하고 있다.

8월부터 투어에 합류한 신지애의 아버지 신제섭 씨는 “예전과 달리 하이브리드 클럽을 쓰는 일이 많아졌다. 킹스밀 챔피언십이 열렸던 코스는 길이가 긴 편이었음에도 그린 적중률이 높았던 이유도 하이브리드 클럽 덕분이다. 그린에 공을 세울 수 있을 만큼 잘 다룬다”고 말했다.

○가족 합류로 심리적 안정

신지애는 작년 말부터 사촌오빠 신정훈 씨와 함께 투어 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물리치료사 출신으로 신지애의 트레이너 역할을 하고 있다. 경기가 끝나면 몸을 풀어주고 부상 예방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아버지 신제섭 씨의 합류도 타이밍이 좋았다. 신 씨는 그동안 딸에게 모든 것을 맡겨 왔다. “잘 할 것이다”며 믿어왔다. 신지애도 혼자서 극복하려 노력했다. 그렇게 2년을 보냈다.

신씨의 합류는 신지애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느슨해진 자신을 깨워 줄 채찍이 필요했다. 어려서부터 늘 아버지와 함께 했다. 아버지인 동시에 무서운 스승이었다.

새 캐디와의 호흡도 척척 들어맞는다. 프랑스 에비앙 출신인 플로리앙 로드리게스는 7월 에비앙 마스터스에서 처음 만났다. 신지애는 캐디에 대한 의존도가 크지 않다. 경기 중 거의 모든 일은 자신이 해결한다. 마음을 편하게 이끌어 주는 캐디를 선호한다. 우승 뒤 “새로운 캐디가 저를 무척 편하게 해준다. 호흡이 잘 맞는다”며 만족해했다.

신 씨는 “킹스밀 챔피언십 우승으로 자신감을 되찾았다. 모든 게 예전으로 돌아오고 있다”며 부활을 확신했다.

○세계랭킹 1위 3파전

주춤했던 지존 경쟁에도 다시 불이 지펴졌다.

킹스밀 챔피언십 대회 이전 세계랭킹 13위까지 밀려났던 신지애는 이 대회 우승으로 10위가 됐다. 브리티시 우승으로 더 상승했다. 신지애는 2011년 11월 여제로 등극했다. 15주간 1위를 지켰다.

신지애를 밀어낸 건 청야니(대만)다. 2011년 2월부터 호주여자오픈 우승 뒤 1위에 올랐다. 오초아가 은퇴한 뒤 가장 오랜 기간 1위를 점령하고 있다. 최나연은 아직 1위에 오른 적이 없다.

청야니(대만·13.97점)와의 격차는 크다. 그러나 최근 심각한 난조에 빠지면서 추격 사정권에 있다. 3위 최나연(8.38점)은 US여자오픈 우승 이후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곧 10월이다. 최나연은 10월에 유독 우승을 많이 했다. 말레이시아(10월11∼14일)를 시작으로 한국(10월19∼21일) 대만(10월25∼28일) 일본(11월2∼4일)까지 ‘아시안 스윙’에 돌입한다. 지존 경쟁의 분수령이다.

“매일 1언더 목표로 한샷 한샷 집중 즐기면서 했다”

○신지애 우승 소감

지난주 1박2일 연장전을 펼친 뒤라 체력적인 부담이 컸는데, 큰 성과를 거둬서 정말 기쁘다. 매일 1언더파만 치자는 생각이었다. 4언더파만 돼도 우승에 충분한 스코어라고 생각했다. 마지막 36홀에서 이븐파를 친 건 대단히 만족스럽다. 게임을 즐기려고 노력했다. 한 샷 한 샷 집중한 게 효과가 컸다. 새로운 캐디가 저를 무척 편하게 해줘 마음 편히 경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한국으로 돌아가 잠시 머문 뒤 일본 미야자키로 건너가 일본여자오픈에 출전할 예정이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트위터 @na1872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