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달라졌다. 한대화 감독이 전격 경질된 뒤 한용덕 감독대행(사진)의 첫 경기인 29일 대전 넥센전에 나선 선수들의 눈빛에는 독기가 엿보였다. 마치 선봉장을 잃고 복수의 칼을 가는 결사대를 연상케 했다.
경기 내용도 예전의 한화와는 많이 달랐다. 한화는 이날 4점을 뒤지다 7-6으로 짜릿한 역전승을 이끌며 4연패를 끊었다. 한 야구 전문가는 “한화는 들쑤셔놓은 벌집 같다. 건드리면 몰려와 쏠 것 같은 느낌이다. 특히 4강 싸움에 갈 길이 바쁜 팀들에 부담스러운 존재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 확 바뀐 정신력
한화의 비장미는 더그아웃에서 그대로 느껴졌다. 한 감독대행은 전관예우 차원에서 경기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한대화 전 감독의 감독석 의자를 비워둔 채 서서 경기를 지휘했다. 코치진 역시 자연스럽게 선 채로 경기에 집중했다.
올 시즌 구단 최소관중인 2175명이 대전구장을 찾은 것도 선수들을 자극했다. 한화 선수들은 박찬호 장성호 등 고참을 중심으로 ‘한대화 감독과 야구팬에게 죄송한 마음을 꼭 갚자’고 결의를 다졌다. 군기반장과는 거리가 멀었던 김태균도 이날은 “한 감독의 퇴진은 선수들 모두의 책임”이라며 후배들에게 여름용 반바지 대신 정식 유니폼 바지를 입으라고 지시하는 등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 파이팅 넘친 경기력
달라진 마음가짐은 경기력에서도 드러났다. 한화는 0-4로 뒤진 5회말 5안타, 2볼넷, 상대 폭투 등을 묶어 대거 6득점하며 전세를 뒤집었다. 타선의 집중력과 적극적인 주루플레이를 선보인 결과였다.
한 감독대행의 초보 사령탑답지 않은 과감한 결단력도 돋보였다.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한 베테랑 장성호를 5회말 2사 만루 기회에서 대타로 기용했다. 장성호는 싹쓸이 3타점 2루타로 화답했다. 한 감독대행은 “지금 우리에게 7위냐 8위냐는 큰 의미가 없다. 팀을 재건하기 위해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경기 운용을 하겠다. 지더라도 팬들이 납득할 수 있는 경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최하위 한화를 상대로 4강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려 했던 넥센은 이날 패배로 4위 두산에 3.5경기 차로 밀려났다. 한화는 31일부터 5위 KIA와 주말 3연전을, 다음 주에는 4위 두산과 2연전을 펼친다.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물 듯’ 한화가 이후 경기에서 4강 길목에 선 팀들을 상대로 고춧가루 부대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한편 30일 열릴 예정이던 문학(롯데-SK), 대전(넥센-한화), 군산(삼성-KIA) 경기는 태풍 ‘덴빈’의 영향으로 모두 취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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