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브레이크] 적어도 볼넷 하나! 투수의 공을 훔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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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29일 07시 00분


LG 김기태 감독(왼쪽)과 양준혁 해설위원은 선수시절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좌타자로 명성을 떨쳤다. 스포츠동아DB
LG 김기태 감독(왼쪽)과 양준혁 해설위원은 선수시절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좌타자로 명성을 떨쳤다. 스포츠동아DB
양준혁 김기태가 말하는 ‘타자의 자격’

양 “‘오늘 1안타 1볼넷’식 작전 짜야”
김 “9명 볼넷이면 투수 36개 공 헛심”


타격에는 슬럼프가 있게 마련이다. 잘 맞을 때는 ‘방망이를 거꾸로 잡고 쳐도 안타가 나오고 야구공이 수박만하게 보인다’고 할 정도로 감이 좋지만, 침체기에 들어서면 잘 맞은 타구도 야수 정면으로 향하곤 한다. 무려 133경기를 치르는 장기 레이스에서 타율 3할을 기록하는 타자가 대단한 이유다. 그렇다면 3할을 칠 수 있는 타자는 어떤 타자일까. 프로야구 30년사에서 ‘타격 레전드’로 꼽히는 양준혁 SBS 해설위원과 LG 김기태 감독은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자신만의 전략으로 타석에 서는 타자”라고 입을 모았다.

○안타를 못 쳐도 투수 괴롭혀야

양준혁 해설위원은 홈런(351개)·안타(2318개)·타점(1389점)·득점(1299점) 등 타격 9개 부문 통산 1위에 랭크돼 있다. 18년간 3년을 제외하고 줄곧 3할을 기록했고, 경기에 잘 출장하지 못했던 2009∼2010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100안타 이상씩 쳤다. 양 위원은 “컨디션이 좋을 때는 빗맞아도 안타가 된다”며 “더 중요한 것은 컨디션이 안 좋을 때 어떤 타격을 하느냐다. 좋은 타자와 그렇지 못한 타자가 여기서 나누어진다”고 말했다. 양 위원이 말하는 좋은 타자는 타석에서 전략이 있는 선수다. 양 위원은 “좋지 않을 때는 ‘오늘 1안타, 1볼넷’, 이런 식으로 작전을 짜서 타석에 들어가야 한다”며 “만약 그렇게 못 하더라도 적어도 볼넷 하나는 고른다는 생각으로 임해야 한다. 초구를 쳐서 아웃되는 것은 타자의 기본자세가 아니다. 안타를 못 쳐도 투수가 공을 많이 던지게 괴롭힌다든지 의도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타수를 줄이는 타자가 최고

양준혁 해설위원의 말에 김기태 감독도 동의했다. 김 감독은 “3연전에 출장한다고 하면 자신에게 주어지는 타수는 12타수다. 타격감이 좋지 않을 때는 무작정 안타를 치려고 하지 말고, 주어진 타수를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볼넷이든, 몸에 맞는 볼이든, 희생타든 타수를 줄이게 되면 타자 입장에서 심리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얘기였다. 양 위원도 “4타수 무안타와 3타수 무안타는 다르다. 당장 오늘뿐 아니라 다음 경기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거들었다. 김 감독은 “볼넷을 거르는 게 중요한 이유는 상대 투수가 볼넷을 주려면 최소 4개의 공이 필요한데 9명의 타자가 볼넷 하나씩을 고른다고 하면 선발투수는 총 36개의 공을 던지게 되기 때문이다. 타자 입장에선 타수를 하나 줄이는 것이지만, 팀 전체로 봤을 때는 훨씬 유리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잠실|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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