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 기자의 여기는 도쿄] “일본전 필승 DNA, 네 안에 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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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29일 07시 00분


U-20 여자월드컵 4강 길목에서 한일전이 벌어진다. 런던올림픽 동메달결정전 이후 불과 한 달여 만에 이뤄진 숙명의 대결이다. 26일 8강 진출이 확정된 뒤 환호하고 있는 태극소녀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U-20 여자월드컵 4강 길목에서 한일전이 벌어진다. 런던올림픽 동메달결정전 이후 불과 한 달여 만에 이뤄진 숙명의 대결이다. 26일 8강 진출이 확정된 뒤 환호하고 있는 태극소녀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황인선코치 “어게인 2003”

오기로 이룬 日 상대 첫승·결승골
이젠 코치로 ‘극일’ 새로운 도전장
내일 8강전 “간절하면 이루어진다”


한일전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정성천 감독이 이끄는 U-20 여자대표팀은 30일 오후 7시30분 일본 도쿄국립경기장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U-20 여자월드컵 8강전에서 일본과 맞붙는다. 대표팀 황인선(36) 코치는 누구보다 한일전 승부를 기다려 왔다. 우승을 위한 피할 수 없는 ‘문턱’이라고 생각했다. U-20 대표팀의 한일전 역대전적은 1무4패. 단 한 차례도 승리하지 못했다. 그러나 무승 기록을 깰 ‘적기’라고 보고 있다. 9년 전 그날처럼.

○평생 잊지 못할 한일전 ‘첫 승리’의 기억

황 코치는 1991∼2006년까지 현역 생활을 했다. 스피드와 근성이 발군이었다. INI스틸(현 현대제철)과 서울시청, 그리고 대표팀에서 미드필더로 활약했다. 줄곧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다.

황 코치는 2003년 6월 21일 그날을 잊지 못한다. 한국은 2003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선수권 3,4위전에서 일본과 만났다. 이 대회에는 미국월드컵 출전권이 3.5장 걸려 있었다. 이기면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에 출전한다. 물러설 곳이 없었다. 일본은 분명 한국에 버거운 상대다. 역대 전적은 더욱 암울했다. 2003년 AFC 대회 이전까지 일본과 13번 맞붙어 5무8패를 기록했다.

황 코치는 “당시 한국 여자축구는 일본보다 한 수 아래였다. 그러나 오기가 생겼다. 일본에 패하고 싶지 않았다. 월드컵 진출 기회도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선수들과 경기 끝나고 걸어서 나오지 말자고 다짐했다”고 전했다.

경기가 시작됐다. 일본의 공세가 계속됐다. 수비수가 걷어낸 공을 따내면 기회가 올 것이라 생각했다. 전반 18분 첫 번째 기회가 왔다. 역습 상황에서 문전으로 뛰었다. 이지은의 헤딩 패스가 발 앞에 떨어졌다. 망설임 없이 슛을 때렸다. 선제 결승골이었다. 황 코치는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저 미친 듯이 뛰어다녔다”고 회상했다.

한국은 14경기 만에 일본을 상대로 여자 A대표팀 사상 첫 승리를 따냈다. 일본전 첫 승리와 월드컵 진출권 획득의 주역이 다름 아닌 ‘황인선 코치’였다.

2003년 6월 AFC 아시아선수권 3, 4위 결정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려 여자 국가대표팀 사상 첫 한일전 승리를 따내는데 공헌했던
 U-20 여자대표팀 황인선 코치. 이젠 지도자로서 후배들이 일본을 꺾어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스포츠동아DB
2003년 6월 AFC 아시아선수권 3, 4위 결정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려 여자 국가대표팀 사상 첫 한일전 승리를 따내는데 공헌했던 U-20 여자대표팀 황인선 코치. 이젠 지도자로서 후배들이 일본을 꺾어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스포츠동아DB


○한일전 새 기억을 위해

황 코치는 “내가 그라운드에서 뛰는 게 편하다. 선수들이 뛰는 모습을 보면 긴장된다”고 했다. 현역 시절에는 자신만 돌보면 됐다. 자신의 플레이만 잘 한다면 문제될 게 없었다. 그러나 코치가 된 지금은 예전과 다르다. 신경 쓸 부분이 많다. 상대 전술 분석은 물론이고 선수들의 몸 상태와 감정까지 일일이 체크해야 한다. 1차전 나이지리아전 패배는 충격이었다. 누구보다 선수들이 크게 당황했다. 선수들이 자책하고 자신감을 잃는 듯 보였다.

황 코치는 “선수들이 자신감을 잃으면 안 된다. 후회 없이 경기하도록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노력이 빛을 보였을까. 2차전 이탈리아전에서 완승하며 분위기를 바꿨다. 선수들 얼굴에서 생기가 돋았다. 브라질전 승리는 큰 교훈이 됐다. 황 코치는 “선수들이 어려운 상황에서 2골을 넣고 승리하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태극소녀들은 이제 일본전을 앞두고 있다. 황 코치는 선수들을 믿고 있다.

“일본은 세계 정상급 팀이다. 그러나 결과는 언제든지 뒤바뀔 수 있다. 골이 운명을 가르지 않나. 우리는 작년 AFC 대회에서 패하며 월드컵 출전이 좌절됐다. 못 나오는 ‘대회’였다. 그러나 기회를 얻었다.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선수들이 간절함을 가지고 있다. 모두들 여자축구를 알릴 수 있는 계기라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열심히 뛰어준다면 행운은 따라올 것이다.”

황 코치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현역이 아닌 지도자로 한일전 승리를 다짐했다.

spark47@donga.com 트위터 @sangjun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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