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훈 감독 ‘올림픽 20년 묵은 한’까지 날렸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2년 8월 2일 07시 00분


1992년 통한의 銅…제자 통해 대리만족

선수보다 더 상기된 표정이었다. 김재범이 금메달을 확정짓자, 유도대표팀 정훈(43·용인대 교수) 감독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현역시절 한국유도의 간판이었지만, 올림픽 금메달의 꿈을 이루지 못한 한을 풀었기 때문이다.

정 감독은 1990베이징아시안게임과 1994히로시마아시안게임을 2연패하고, 1993세계선수권 우승을 차지하는 등 화려한 선수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유독 올림픽과는 인연이 없었다. 1992바르셀로나올림픽 71kg급 준결승에선 하이토스(헝가리)에게 종료 5초를 남기고 한판 패를 당했다. “연장에 가면, 이길 수 있다는 생각에 방심했던 것 같아요. 만약 올림픽 금메달을 땄다면, 인생이 바뀌는 것인데…. 지금도 종종 생각이 납니다.” 결국 동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그 아쉬움은 20년이 지나도 씻을 길이 없다.

“(김)재범이가 4년 전 베이징올림픽 때도 은메달을 땄잖아요. 금메달 못 딴 기분은 저도 잘 알거든요. 런던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재범이에게 종종 물었어요.” “야, 금메달 못 따니까, 어땠어?” “네, 찬밥입니다.” “그래! 나도 그랬다. 그러니 꼭 금메달을 따라!”

정훈 감독이 심어준 오기 덕분에 김재범은 고된 훈련을 버텼고, 실전에서도 투혼을 발휘할 수 있었다. 마침내 정 감독도 제자를 통해 20년 묵은 한을 날렸다. 그는 “오늘 재범이를 보며 대리만족을 한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런던|전영희 기자setupman@donga.com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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