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캡틴? 제의 오면 기쁘게 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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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23일 07시 00분


박지성. 스포츠동아DB
박지성. 스포츠동아DB
QPR 아시아투어 밀착 인터뷰

2차전 결장했지만 오른발목 부상 경미
구단주 러브콜 진정성 느껴 이적 결심
계약만료뒤 은퇴? 2년 지난후에 결정


최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서 퀸즈파크레인저스(QPR)로 이적해 아시아투어를 진행 중인 박지성(31)을 21일 말레이시아 현지에서 만났다. QPR 선수단이 머문 콸라룸푸르 인근 수방자야의 한 고급 리조트에서 함께 한 박지성은 기분 좋은 듯 평소보다 훨씬 많은 이야기를 했다. 여유가 넘쳤고, 간혹 던지는 재치 있는 농담은 주변을 즐겁게 했다. 이와 함께 솔직함에서 왠지 모를 서글픔도 느껴졌다. ‘선수’와 ‘인간’ 박지성을 들여다본다. 곁들여 스승과 동료들의 시선도 녹였다.

○선수 박지성

박지성은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에서 열린 사바주 올스타팀과의 아시아투어 1차전에서 캡틴 완장을 차고 45분을 소화했지만 20일 샤 알람 스타디움에서 치러진 켈란탄FA와 투어 2차전에서는 결장했다. 1차전에서 오른 발목을 약간 다쳤던 탓이다. 다행히 부상은 경미해 보였다. QPR 마크 휴즈 감독은 “많은 한국 팬들이 관전했지만 선수를 배려해야 했다. (박지성) 본인 결정이 아닌, 내 지시였다”고 했다. 이에 박지성은 “오늘(21일) 아침 병원을 다녀왔다. 상태는 말로 설명하기는 어려운데, 뒤틀리거나 그런 건 아니니까 괜찮다. 심각하지 않다. 계속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지성은 베테랑답게 QPR에서도 빠르게 녹아들고 있었다. 휴즈 감독도 그런 그를 향해 “월드 클래스”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는다. 하지만 늘 그래왔듯 겸손했다.

“아직 감독께서 구체적으로 지시를 내린 건 없다. 미디어가 새로 사인한 선수에게 관심을 갖는데, ‘비전이 없다’고 답하는 감독은 없을 것이다. 아무래도 (맨유와 QPR의) 시설에선 차이가 있지만 외적 부분은 별 문제가 없다.”

요지는 협력과 팀이었다. 영국 내에서의 이적이기에 오히려 “차이가 없다”고 했다. 다만 친밀함과 의사소통을 강조했다.

“맨유라는 빅(Big)클럽에 있었으니 그만큼 더 많은 경험을 한 것이다. 주변과 이를 공유해야 한다. 어떻게 동료들과 관계를 유지해야할지 등은 어렵지 않다.”

이어 희망도 추가했다.

“QPR이 강등권에 있던 약체였지만 지난 시즌보다는 훨씬 좋은 성과를 올릴 것으로 본다. 나로 인해 강등이냐, 아니냐의 차이는 없다. 나름의 능력대로 색다르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순위에서도 더 높아진다고 믿는다.”

포지션과 주장이 한꺼번에 화두에 올랐다. 역시 간결하면서도 분명한 대답이 돌아왔다.

“위치는 전혀 상관없다. 출전이 중요하다. 미드필드에서 어느 위치든 소화할 수 있다. 캡틴 완장은 내게 큰 의미가 없다. 꼭 해야 한다는 생각도 없다. 다만 내가 해야 한다면 내가 꼭 해야 한다면 기쁘게 받아들이겠다.”

그래도 동료들의 신뢰는 대단하다. 맨유에서 함께 QPR로 옮긴 파비우 다 실바는 샤 알람 스타디움 믹스트존에서 선배 칭찬을 거듭했다. 그는 “6년 동안 (박지성과) 뛰었다. 당신이 알고 있는 만큼, 내게도 놀랍다”고 말했다. 맨유 수비수 리오 퍼디낸드의 동생 안톤 퍼디낸드도 “박지성을 당연히 알고 있었다. 이젠 형이 (수비하느라) 진땀 좀 흘리겠다”며 웃었다.

○인간 박지성

QPR 구단주이자 메인스폰서 에어아시아의 토니 페르난데스 회장은 “박지성을 간절하게 원했다. 그가 우리와 계약서에 사인하는 사진을 휴대폰 메신저로 보내줬을 때는 동화처럼 느껴졌다”면서 엄지를 치켜세웠다. 페르난데스 회장은 휴즈 감독과 함께 서울을 방문해서 박지성과 직접 접촉했다. 물론 박지성도 감동했다. 항상 맨유에서 현역을 마감하는 것을 꿈꿨지만 구단주와 선수가 아닌, 인간으로 다가선 페르난데스 회장의 정성에 마음이 움직였다. 선택할 때는 미련 없이 했다.

“날 정말 원한다고 생각했고, 필요로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적을 결심했을 땐 후회하지 않으려 했다. 긍정적으로 마음을 먹었으니 긍정적인 결말이 그려지지 않겠나? QPR이 적절한 동기부여와 자극을 줬다.”

그는 미래도 함께 그리고 있었다. 시점도, 진로도 어느 정도 설계도 해뒀다. 박지성의 아버지 박성종 씨는 “아들이 은퇴 후에는 공부를 할 것이다. 축구 행정가로 나갈 생각이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박지성도 이를 부인하지 않는다.

앞으로 2년 후에는 모든 게 가려진다. QPR과의 계약이 만료되는 시점이다. 박지성은 “아직 (2년 후는)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 그러나 (은퇴 시점까지) 얼마 남지 않은 건 사실이다. 2년 후에 끝날지, 아닐지는 시간이 흘러봐야 안다”고 했다.

수방자야(말레이시아)|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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