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휴일도 감 떨어질 판에…장마땐 일주일 ‘홀수의 저주’

  • 스포츠동아
  • 입력 2012년 7월 19일 07시 00분


장마·휴일로 본 2013년 마운드 파행

9구단 체제 탓…팀 당 3일씩 휴일
마운드 운용도 연속성 보장 못해
투수 컨디션 유지·부상 등 새 변수


2013년 한국프로야구는 9개 구단으로 페넌트레이스를 치러야 한다. 벌써 여기저기서 홀수 구단 체제에 대해 걱정을 토로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무조건 한 팀은 시즌 중 사흘씩 쉬어야 하기 때문이다. 흔히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는 마라톤에 비견된다. 만약 9명이 마라톤 경기에 나서 결승점을 향해 뛰다가 한 명씩 돌아가면서 차에 올라타 쉰다면 어떻게 될까. 극단적 비유지만 내년 프로야구는 이미 이 같은 여러 부작용과 파행을 예고하고 있다. 올해 장마철의 들쭉날쭉한 경기 일정은 내년 시즌 과연 어떤 기현상이 나타날지를 미리 보여주고 있다.

○KIA 윤석민과 두산 니퍼트의 변칙 등판

KIA 윤석민은 17일 광주 두산전에 구원 등판했다. 15일 대구 삼성전에 선발 등판한지 이틀 만에 다시 마운드에 올랐고, 2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KIA 선동열 감독은 18일 두산전에 앞서 “본인 스스로 던지고 싶어 했다. 올스타 브레이크도 있고, 아마 그 전 선발에서 많은 이닝을 책임지지 못해 동료 불펜투수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올스타전 때문에 주말 3연전이 없는 만큼 선수도 자원 등판을 청할 수 있었고, 감독도 허락할 수 있었다.

두산 니퍼트는 13일 문학 SK전에서 7이닝을 던졌지만 18일 광주 KIA전에 또 선발 등판했다. 두산은 15일 SK전이 우천 취소되자 선발진에 들어있는 이용찬과 김승회의 로테이션 순서를 건너뛰고, 닷새 만에 다시 니퍼트에게 선발을 맡겼다. 통상적으로 5일 휴식 후 6일째 등판하는 국내프로야구 선발투수들의 로테이션 간격을 고려해도 니퍼트의 등판은 하루 빠른 것이다.

○경기 일정의 불규칙이 우려되는 홀수 구단 체제

KIA와 두산의 이 같은 변칙적 마운드 운용은 장마철, 그리고 올스타 브레이크를 앞둔 특별한 시점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내년 시즌에는 이런 장면을 시즌 내내 목격할 수도 있다. 선 감독은 “내년에는 굉장히 복잡한 상황이 많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연속성이라는 페넌트레이스의 가장 중요한 속성이 무너지고, 불규칙이 하나의 트렌드를 이룰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선수들에게도 큰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 시즌 중간 중간 최대 4일을 쉬어야 하기 때문에 경기감각 유지에 애를 먹을 수 있고, 부상 위험도 높아진다. KIA 베테랑 투수 유동훈은 “아마 내년에는 시즌 중반 자체 연습경기를 치러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두산 김진욱 감독도 “장마철에는 일주일씩 쉬는 상황도 생길 것 같다. 스프링캠프에서 경기 없이 감각을 유지하는 방법을 훈련해야 할 것 같다”고 걱정했다.

광주|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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