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일영에 명품커터 전수 아낌없이 퍼주는 박찬호

마일영(왼쪽)-박찬호. 스포츠동아DB

“팔을 좀 더 높이 들어봐! 직구처럼 잡고 던져봐!”

일찌감치 경기(삼성-한화전)가 우천 취소된 17일 대전구장. 한화 맏형인 박찬호(39)는 후배 투수 마일영(31)과 20여m 떨어져 캐치볼을 하면서 뭔가를 열심히 설명했다. 후배는 선배의 말에 따라 공을 던졌고, 선배는 아예 포수처럼 앉아서 공을 받아주면서 품평을 하기도 했다.

“체중을 실어 던져야지. 그래, 아까는 밋밋하게 밀고 들어왔는데 지금은 힘 있게 끝에서 휜다.”

비가 흩날리는 그라운드, 둘은 진지했다. 캐치볼이 끝난 뒤 박찬호는 마일영에게 다시 한번 뭔가를 열심히 설명했고, 마일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박찬호가 마일영을 붙잡고 진행한 원포인트레슨의 내용은 컷패스트볼(커터)을 던지는 방법이었다. 커터는 직구처럼 날아가다 홈플레이트 앞에서 살짝 꺾이면서 배트 중심을 비켜나가기 때문에 범타 유도에 효과를 발휘한다. 박찬호가 올 시즌 큰 무기로 활용하고 있는 구종이다.

마일영도 4∼5년 전부터 커터를 던졌다. 그러나 최근 커터의 구위가 밋밋하자 이날 ‘박찬호표 커터’를 전수받은 것. 박찬호는 “별 것 아니다”며 웃어넘겼지만, 마일영은 “박찬호 선배는 평소에도 후배들에게 이것저것 많이 알려주신다”며 고마워했다.

박찬호는 올 시즌 15경기에 등판해 4승5패, 방어율 4.00을 기록 중이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난 성적이 전부가 아니다. 후배들에게 자신의 기술과 경험 등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하는 모습은 성적표에 드러나지 않는 무형의 힘이 되고 있다.

대전｜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트위터 @keystone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