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훈 “내 인생의 첫 사부, 아버지께 태권V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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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18일 07시 00분


2012런던올림픽에서 출전 전 체급 석권에 나서는 한국태권도의 선봉장 이대훈. 그는 금메달 획득을 통해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뒷바라지해온 아버지의 은혜에 보답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2012런던올림픽에서 출전 전 체급 석권에 나서는 한국태권도의 선봉장 이대훈. 그는 금메달 획득을 통해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뒷바라지해온 아버지의 은혜에 보답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태권도 이대훈의 특별한 약속

5세때 부친 운영 도장서 첫 도복
타고난 싸움닭 기질로 승승장구

올림픽 금 따면 태권도 그랜드슬램
헌신적 지원 아버지 꿈까지 이룬다


이대훈(20·용인대)의 첫 스승은 아버지였다. 그리고 그는 아버지의 못 다 이룬 꿈을 위해 금빛 발차기를 준비하고 있다.

태권도대표팀은 2008베이징올림픽 4개 체급에 출전해 4개의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번 런던올림픽에서도 출전 전 종목 석권을 노리고 있다. 대표팀 김세혁 감독은 “특히, (이)대훈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남자 -58kg급의 이대훈은 8월 9일(한국시간·결승전 기준) 4개 종목 선수 가운데 가장 먼저 경기를 치른다. 이대훈이 금메달을 목에 걸 경우, 여자 -67kg급 황경선(26·고양시청·8월 11일)과 여자 +67kg급 이인종(30·삼성에스원), 남자 +80kg급 차동민(26·한국가스공사·이상 8월 12일)도 상승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다. 이대훈이 나이로는 대표팀의 막내지만, 사실상 선봉장인 셈이다. 그는 “태권도를 처음 가르쳐주시고, 지금까지 헌신적으로 뒷바라지를 해 오신 아버지를 위해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고 다짐했다.

○싸움닭 기질을 알아본 아버지

이대훈의 아버지 이주열(42) 씨는 태권도 명문 한성중·고를 졸업한 태권도인이다. 이대훈은 아버지의 중·고교 후배이기도 하다. 현재 해병대 장교인 이대훈의 형 이정훈(23) 씨 역시 한성중·고에서 태권도 선수생활을 했다. 이대훈은 5세 때 아버지가 운영하던 도장에서 처음으로 도복을 입었다. 집에선 “아버지”였지만, 도장에선 “관장님”이었다.

이대훈은 금세 두각을 나타냈다. 초등학교 2학년 때의 일이다. 아버지는 4·5·6학년이 나가는 대회에 아들을 출전시켰다. 어차피 입상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대훈은 머리 하나 더 큰 형들을 상대로 발차기를 날렸다. 한 방을 맞아도, 울며 포기하는 법이 없었다. 오히려 더 악착같이 따라붙었다. 경기는 그야말로 ‘난투극’이었다. ‘아, 싸움닭이구나.’ 아버지는 그곳에서 대성할 아들의 모습을 예감했다.

훈련 중인 이대훈(오른쪽)의 모습. 그는 2012런던올림픽 태권도에 출전하는 4개 체급의 국가대표선수 중 가장 먼저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스포츠동아DB
훈련 중인 이대훈(오른쪽)의 모습. 그는 2012런던올림픽 태권도에 출전하는 4개 체급의 국가대표선수 중 가장 먼저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스포츠동아DB


○뒷바라지 1등 아빠, 운동 1등 아들

“대훈아, 단체운동은 당연한 거야. 선수는 개인운동을 해야 돼. 네가 개인운동 30분 할 때마다 경쟁자 수백 명이 떨어져 나간다.” 아버지의 조언에 어린 아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대훈은 설에 차례를 지낸 뒤에도 발차기를 날렸다. 가족끼리 휴가를 갈 때는 콘도 베란다에서 개인운동을 했다. 정말로 경쟁자들의 위에 섰고, 이미 고교시절부터 태릉밥을 먹었다. 기특한 모습에 아버지도 헌신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대훈아, 내가 뒷바라지는 1등을 할 테니, 너도 운동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마라.”

약속처럼 부자는 1등이었다. 이대훈은 20세의 어린 나이에 이미 세계선수권과 아시아선수권, 아시안게임을 모두 제패했다. 런던올림픽에서만 금메달을 목에 걸면 그랜드슬램 달성이다. 아버지는 “솔직히 나는 평범한 선수에 불과했다. 아들이 지금까지 이룬 것만으로도 기특하고 고맙다”며 웃었다. 이어 최근 아들에게 당부한 얘기를 전했다. “네가 최선을 다한 것은 아빠가 안다. 이제는 하늘의 뜻만 남은 거야. 꼭 행복한 마음을 갖고 돌아왔으면 좋겠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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