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그때 그 얼굴들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2 월드컵 대표팀 초청 프로축구 올스타 경기 하프타임에 열린 승부차기 이벤트 때 키커로 나서려던
2002 대표팀의 김태영(누워 있는 선수)이 승부차기가 종료됐다는 장내 아나운서의 잘못된 멘트가 나오자 그라운드에 드러누워
버렸다. 이를 지켜본 동료들은 재미있다는 듯 활짝 웃고 있다. 아나운서가 실수를 정정한 뒤 김태영은 키커로 나서 승부차기 슛을
성공시켰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그때처럼… 히딩크 품에 안긴 지성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일군 태극전사들이 10년 만에
다시 뭉쳤다. 배는 나오고 몸은 둔해졌지만 마음만은 10년 전 그때로 돌아가 있었다. 박지성(왼쪽)이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2 월드컵 대표팀 초청 프로축구 올스타 경기에서 K리그 올스타 팀을 상대로 골을 넣은 뒤 거스 히딩크 감독에게 달려가
안기고 있다. 박지성은 2002년 당시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경기에서 결승골을 넣은 뒤 같은 모습으로 축구 스승과 하나가 됐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Again 2002.’
전반 30분 골을 터뜨린 ‘산소 탱크’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입에 집게손가락을 대며 벤치로 달려가 거스 히딩크 감독(안지 감독)의 품에 안겼다. 10년 전 6월 14일 인천 문학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2년 한일 월드컵 포르투갈과의 D조 마지막 경기에서 후반 25분 천금 같은 결승골을 터뜨린 뒤 히딩크 감독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던 장면을 그대로 연출한 것이다. 당시 대한민국은 포르투갈을 1-0으로 꺾고 16강 진출을 확정했고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무너뜨리고 아시아 사상 처음으로 4강 진출이란 신화를 썼다. ‘강산도 변한다’는 세월이 흘렀고 황선홍(포항 감독)과 유상철(대전 감독) 등 은퇴한 선수들의 배는 불룩했지만 10년 전의 추억을 되돌리는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5일 2002 월드컵대표팀 초청 K리그 올스타전 2012가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에 “대∼한민국”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국민 모두가 ‘붉은악마’가 돼 한반도를 뜨겁게 달궜던 2002년 한일 월드컵 때의 열광적인 함성은 아니었지만 팬들은 “대∼한민국”을 연호하며 한바탕 흥겹게 놀았다. 평일인 데다 비가 오는 가운데서도 3만7155명의 축구팬이 스탠드를 채워 국민들도 ‘10년 전의 감동’에 다시 한 번 빠지고 싶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경기가 끝난 뒤 박지성은 “히딩크 감독님 품이 10년 전과는 달랐다. 내가 20대 초반 때의 느낌은 아니었다”며 웃었다. 히딩크 감독은 “10년 전과 같을 수는 없다. 하지만 계획이 되지 않았다는 면에서 충분히 감동을 줬다. 팬들이 당시의 추억을 떠올렸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경기에서는 팬 서비스가 이어졌다. 전반 14분 첫 골을 터뜨린 팀 2012의 에닝요(전북)는 골키퍼 김영광(울산)을 굴려 핀 대열로 선 선수들을 쓰러뜨리는 ‘볼링 세리머니’를 펼쳤다. 전반 25분 팀 2002의 첫 골을 넣은 최용수(FC 서울 감독)는 웃통을 벗고 유로 2012 준우승팀 이탈리아의 ‘악동’ 마리오 발로텔리(맨체스터 시티)처럼 보디빌더 자세를 취했고 설기현(인천)과 안정환 등 선수들은 최용수의 입을 막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홍명보(올림픽대표팀 감독)는 하프타임 때 진행된 승부차기에서 유로 2012에서 떠오른 ‘파넨카’ 칩샷을 보여줘 팬들의 갈채를 받았다. 이날 경기는 팀 2012가 6-3으로 이겼다. 3골을 넣은 이동국(전북)은 최우수선수(MVP)가 됐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