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 포인트]더 뜨거워진 라이벌전… 더 쿨해진 응원 문화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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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프로야구 라이벌 간의 대결에선 관중 난입, 빈 병 투척이 난무했다. 영호남 라이벌 롯데와 해태(현 KIA)가 사직구장에서 맞붙었던 1988년 5월 31일엔 양 팀 팬들이 충돌해 1명이 사망하고 10여 명이 다쳤다. 1986년 10월 22일 삼성과 해태의 한국시리즈 3차전이 열린 대구구장에선 역전패에 흥분한 삼성 팬들이 해태 선수단 버스를 잿더미로 만들기도 했다.

올 시즌도 뜨거운 라이벌 구도는 여전하다. LG와 롯데의 ‘엘꼴라시코’(꼴은 ‘꼴찌 롯데’의 준말), LG와 넥센의 ‘엘넥라시코’가 대표적이다. 이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의 대결인 ‘엘 클라시코’를 본떠 만든 용어다. 야구팬은 한 점 차 승부나 연장 혈투를 펼치는 이들 라이벌전에 열광한다. 24일 현재 올 시즌 11번 치른 LG-롯데전은 7차례(사직 3회, 잠실 4회)나 매진됐다. 넥센과 LG의 목동경기는 6번 모두 평일에 열렸음에도 4번이나 1만2500석이 꽉 찼다. 또 올 시즌엔 박찬호 김태균(이상 한화) 김병현(넥센) 이승엽(삼성) 등 해외파가 돌아오면서 어떤 팀끼리 맞붙어도 라이벌 관계가 만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더이상 예전 같은 ‘소요사태’는 없다. 그 대신에 다양한 라이벌 관계를 즐기는 건강한 야구 문화가 자리 잡았다. 야구팬은 응원하는 팀이 졌다고 상대 팀에 빈 병을 던지거나 버스를 가로막지 않는다. 치킨과 맥주를 곁들이며 야구 자체를 즐긴다. 양상문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젊은 야구팬이 늘고 연령대가 다양해지면서 과격한 행동이 사라졌다”고 했다. 가수 싸이가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였다면 이렇게 말했을지 모른다. “진정 야구를 즐기는 팬 여러분이 프로야구의 챔피언입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응원 문화#엘넥라시코#엘꼴라시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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