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브레이크] 날마다 신고선수 ‘김기태의 파격’…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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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6일 07시 00분


김기태 감독. 스포츠동아DB
김기태 감독. 스포츠동아DB
체질개선 나선 LG

넥센전 7회 최영진·이천웅 선제점 발판
신고선수 출신들 과감한 기용 재미 톡톡
주전들에겐 ‘철밥통 없다’ 무언의 메시지


5일 목동 넥센전에 앞서 LG 김기태 감독은 일찌감치 선발 라인업을 작성했다. 그런데 낯선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전날 1군 엔트리에 등록한 이천웅(24)을 9번 좌익수에 올린 것이었다. 게다가 7번 2루수 역시 이틀 전 잠실 한화전에서 선을 보인 최영진(24)이었다.

○LG 신고선수 출신 2명 선발 라인업

최영진과 이천웅은 2011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어느 구단의 선택도 받지 못해 일종의 ‘연습생’으로 LG 유니폼을 입었다. 그런데 이들은 최근 며칠 사이 “스스로도 깜짝깜짝 놀라고 있다”고 말할 만큼 초고속 신분상승을 경험하고 있다. 우선 6월 1일을 기해 최저연봉 2400만원이 보장되는 정식선수가 됐다. 이어 최영진은 3일 1군 엔트리에 들자마자 한화전에 8번 2루수로 선발 출장했고, 이천웅 역시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자마자 이날 선발 라인업에 포함됐다.

○김기태 감독의 파격적 기용

메이저리그에는 ‘a cup of coffee(커피 한잔)’라는 용어가 있다. 마이너리그에서 메이저리그에 승격됐지만 커피 한잔만 마시고 다시 마이너리그로 내려갈 정도로 짧은 시간 동안만 빅리그에 머무는 선수를 일컫는 말이다. 보통 감독들은 1군 엔트리에 처음 올라온 신인선수를 승부가 기운 경기 후반 대타나 대주자, 대수비 등 교체요원으로 기용한다. 아예 그라운드 한번 밟지 못하고 하루 만에 엔트리에서 빠지는 선수도 부지기수다. 그런데 김 감독은 최근 신고선수 출신 선수들을 연이어 1군에 올리면서, 바로 당일 선발 라인업에 기용하고 있다. 이들에 앞서 지난달 31일에도 신고선수 출신의 이민재를 1군 엔트리에 처음 올려 2번 중견수로 선발 기용하기도 했다.

○커피 한잔으로 LG의 체질개선

순위가 결정된 시즌 막판도 아니고 중요한 승부처인 시즌 중반, 게다가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는 넥센전. 그야말로 과감하고도 파격적인 선택이다. 김 감독은 “우리 팀에 주전이 어디 있느냐”며 웃은 뒤 “기존 선수들에게도 경계심과 긴장감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어쩌면 이들은 ‘커피 한잔’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김 감독은 당장의 승부보다 이들을 통해 LG의 체질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기존 선수들에게 “철밥통은 없다”는 선언과 함께 2군 선수들에게 “열심히만 하면 기회는 열려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실제로 벼랑 끝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었던 최영진과 이천웅은 이날 기회가 오자 눈빛이 타올랐다. 특히 0-0으로 맞선 7회초 선두타자 최영진이 볼넷을 골라나간 뒤 심광호의 희생번트로 1사 2루를 만들었고, 여기서 이천웅이 중전안타로 선제 득점의 발판을 마련했다.

목동|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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