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현대산업개발 회장)가 4일 경기 파주시 법원읍에서 열린 ‘K리그와 함께하는 사랑의 집 고치기’ 행사에 참여했다. 파주=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1997년인가. 당시 정몽규 현대자동차 회장이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인 절 찾아 왔어요. FIFA 스폰서로 참여하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일본 도요타자동차하고 경쟁인데 되겠어?’라고 했죠. 그런데 결국 해냈어요.”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새누리당 의원)이 최근 사촌동생인 정몽규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50·현대산업개발 회장)에 대해 한 말이다. 정 총재가 1996년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유치한 뒤 어수선한 가운데서도 거금을 투자해야 하는 FIFA 스폰서에 관심을 가지고 뛰어들었고 1999년부터 메인 스폰서가 돼 현대자동차가 세계적인 메이커로 성장했다는 설명이다.
4일 경기 파주시 법원읍 한 다문화가정. 정 총재는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이어진 ‘K리그와 함께하는 사랑의 집 고치기’ 행사를 함께하며 청소와 도배, 장판과 싱크대 교체 등에 힘을 보탰다. 각 구단 감독과 선수, 팬 등이 함께하는 봉사활동은 이번이 처음. 정 총재는 삼겹살 뒤풀이까지 했다.
정 총재는 “직접 몸으로 부대끼며 키운 전우애는 평생 간다. 한배를 탄 사람들끼리 뜻깊은 일을 함께하며 ‘우리는 하나’라는 공동체 의식을 키우고 싶었다. K리그 발전에 대해서도 늘 함께 고민하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총수지만 직접 모든 것을 챙기는 ‘실무형’을 고집한다. 지난해 초 연맹을 맡은 뒤 열린 이사회를 포함해 각종 행사에 빠진 적이 없다. 연맹 및 전 구단 관계자들과 K리그의 발전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자리도 자주 갖는다. 그만큼 축구에 대한 애정이 강렬하다.
1980년대 중반 영국 옥스퍼드대 대학원 재학 시절 축구의 묘미를 맛본 정 총재는 1989년 ‘차붐’ 차범근 감독을 울산 호랑이축구단(현 울산 현대)으로 영입하면서 축구에 빠져들었다. 현재 부산 아이파크 구단주인 그는 거의 모든 경기를 본다. 바둑을 복기하듯 경기를 세밀하게 보고 분석한 뒤 질문을 던져 코칭스태프도 항상 긴장할 정도다.
정 총재는 “그동안 연맹과 구단이 장기 계획 속에 체계적으로 노력한 적이 없었다. 비전을 가지고 꾸준하게 노력하면 좋은 성과는 나오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 시즌 상하 리그 승강제를 위한 스플릿 시스템을 도입했다. 사외이사를 영입하는 등 이사회도 효율화했다. 내년 말까지 임기 3년 동안 K리그가 도약할 기반을 만드는 게 그의 목표다.
정 총재는 “다음 시즌 하부리그로 떨어지지 않으려는 경쟁이 벌어져 최근 K리그 경기가 박진감 넘친다. 곧 팬들도 그 맛을 알게 돼 스탠드를 가득 메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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