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덤벼라!… 여자배구 8년 만에 올림픽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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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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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현충사, 빌었다… 5월 도쿄, 日깼다… 8월 런던, 일낸다
월드스타 김연경 세계예선 득점왕

한국 여자배구가 27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12년 런던 올림픽 세계예선에서 페루를 3-0으로 꺾고 5승 2패로 런던행을 확정지은 뒤 태극기를 든 채 환호하고 있다. 2004년 아테네 대회 이후 8년 만의 올림픽 본선 진출. 특히 ‘월드스타’ 김연경(뒷줄 왼쪽)은 23일 숙적 일본을 상대로 34득점하며 3-1 승리를 이끌었다. 아랫줄 오른쪽 두번째가 김형실 감독. 스포츠포커스 제공
한국 여자배구가 27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12년 런던 올림픽 세계예선에서 페루를 3-0으로 꺾고 5승 2패로 런던행을 확정지은 뒤 태극기를 든 채 환호하고 있다. 2004년 아테네 대회 이후 8년 만의 올림픽 본선 진출. 특히 ‘월드스타’ 김연경(뒷줄 왼쪽)은 23일 숙적 일본을 상대로 34득점하며 3-1 승리를 이끌었다. 아랫줄 오른쪽 두번째가 김형실 감독. 스포츠포커스 제공
한국 여자배구가 2012년 런던 올림픽에 나간다. 2004년 아테네 대회에서 5위를 차지한 뒤 8년 만에 밟는 본선 무대다.

한국은 27일 일본 도쿄 메트로폴리탄체육관에서 열린 올림픽 세계예선 마지막 날 페루를 3-0으로 완파하고 러시아(7승·승점 21)에 이어 2위(5승 2패·승점 15)로 대회를 마쳤다. 8개국이 참가한 이번 대회에서는 전체 1∼3위와 이 나라들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 1위 등 4개 나라가 올림픽 티켓을 얻었다. 3위는 세르비아(5승 2패·승점 14)가 차지했고 우승을 장담했던 일본은 4위(4승 3패)에 그치며 아시아에 할당된 마지막 티켓을 간신히 거머쥐었다.

여자배구는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구기 최초로 한국에 메달을 안긴 종목이다. 이후 꾸준히 올림픽 무대에 섰지만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세계예선에서 8개국 중 6위(2승 5패)에 그치며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김연경(터키 페네르바체), 황연주(현대건설), 정대영(GS칼텍스)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빠진 게 결정적인 이유였다. 4년 뒤 이들은 모두 대표팀에 합류했고 보란 듯이 한국 여자배구를 다시 세계무대에 올려놨다.

국제배구연맹(FIVB) 세계랭킹 13위인 한국은 이번 대회 첫 상대인 쿠바(10위)를 3-0으로 제치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러시아(7위), 세르비아(6위)에 잇달아 져 1승 2패로 몰렸지만 23일 숙적 일본(3위)을 3-1로 이기면서 최대 고비를 넘겼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이후 일본 1진을 상대로 22연패에서 벗어나는 통쾌한 승리였다.

주최국 일본은 한국전을 앞두고 페루→대만→태국 등 약체와 만나도록 일정을 짰다. 반면 한국은 쿠바→러시아→세르비아 등 강팀과 대결해야 했다. 일본은 계획대로 3연승을 달리며 체력을 비축했지만 김연경이 버틴 한국에 완패했다. 한국은 대회 개막 전부터 ‘일본은 꼭 이긴다’는 각오를 다졌다. 유럽파 김연경이 팀에 합류한 직후인 3월 말, 훈련도 미룬 채 현충사에 다녀온 것도 그런 이유였다. 일본전에서만 34점을 퍼부었던 김연경은 대회 득점왕(134점)에 오르며 ‘월드 스타’ 이름값을 했다. 런던 올림픽에는 주최국 영국을 포함해 한국 이탈리아 미국 중국 일본 알제리 도미니카공화국 터키 브라질 러시아 세르비아 등 12개국이 출전한다.

대한배구협회와 한국배구연맹은 대표팀에 포상금 1억 원을 지급할 계획이다. 28일 귀국하는 대표팀은 내달 1일부터 진천선수촌에서 본선을 준비한다.
▼ “36년 만의 메달 기대하라” 김형실 감독 의지 활활 ▼

4년전의 비난 딛고 재기

“여세를 몰아 36년 만의 올림픽 메달에 도전하겠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전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대표팀 김형실 감독(61)의 목소리는 침착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노장다웠다. 그래도 간간이 터져 나오는 벅찬 감격은 감추지 못했다.

김 감독은 한국 여자배구의 중흥기를 이끈 인물이다. 1979년 대표팀 코치를 시작하며 지도자 경력을 쌓았고 1997년과 2005년 대표팀 감독을 지냈다. 2005년 프로 출범 후에도 한동안 KT&G(현 인삼공사) 감독을 맡았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예선 때는 대한배구협회 전무이사 자격으로 대표팀 단장을 맡았다.

“당시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하자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여자배구를 망친 장본인이라는 말까지 들었다. 내 배구인생이 여기가 끝인가 싶었다.”

이후 야인생활을 하던 그는 지난해 5월 대표팀 감독 제의를 받았다. 원래 프로 팀 감독 중에서 선임하기로 했지만 조율이 되지 않았다. 그는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이를 받아들였다. 2008년의 한을 풀고 싶은 마음도 간절했다.

“2월에 상대 전력을 분석하기 위해 일본에 갔다가 식당에서 우연히 한 점성술사를 만났다. 그가 ‘5월과 8월에 좋은 일이 있다’고 하더라. 농담처럼 웃어 넘겼지만 각오를 다지는 작은 계기가 됐다.”

3월 말 대표팀이 진천선수촌에 모인 이후 그는 즐기던 술을 딱 끊었다. 자신의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하루에 만 보씩 걷는 등 운동도 거르지 않았다.

“선수들이 올림픽 무대에서 좋은 경험을 하게 돼 감개무량하다. 최근 배구가 경기 조작 여파로 어려운 시기를 겪었는데 올림픽 메달로 팬들에게 사죄하고 보답하고 싶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여자배구#런던 올림픽#김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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