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경기 막판 LG 김기태 감독이 정성훈을 4번 타자로 낙점하자 많은 사람이 고개를 갸웃했다. 정성훈은 일반적인 의미의 4번 타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호리호리한 체격의 3루수인 그는 한 시즌 최다 홈런이 2005년 현대 시절 기록한 17개에 불과하다. 지난해에도 10홈런을 쳤을 뿐이다. 거포라기보다는 중장거리 타자다.
김 감독이 그런 정성훈을 4번 타자에 포진시킨 것은 왼손 타자가 많은 팀 사정을 고려해서다. 그나마 오른손 거포였던 조인성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으로 SK로 이적한 영향도 컸다. 김 감독은 “홈런보다는 득점 찬스에서 한 방을 쳐 줄 해결사의 역할을 기대한다”고 했다. 현역 시절 ‘해결사’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한대화 한화 감독과 같은 3루수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랬던 정성훈이 연 이틀 한 감독을 울렸다. 18일 한화와의 경기에서 0-1로 뒤진 7회 박찬호를 상대로 역전 투런 결승 홈런을 터뜨렸던 정성훈은 19일 경기에서 0-0으로 팽팽하던 9회초 류현진을 상대로 선제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15일 KIA전 이후 4경기 연속 홈런 행진이다.
정성훈의 홈런이 없었다면 이날 승리는 한화의 차지가 될 뻔했다. 곧 이은 9회말 선두 타자로 나선 장성호가 류택현을 상대로 솔로 홈런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승부는 연장 승부 끝에 극적으로 갈렸다. LG는 연장 10회초 2사 후 양영동과 이대형의 연속 안타로 만든 1, 3루 찬스에서 대타 이병규가 좌익수와 중견수 사이에 떨어지는 행운의 안타를 쳐 2-1을 만들었다. 한화 역시 10회말 공격 2사 2루에서 강동우가 좌익수 앞 안타를 쳤으나 2루 주자 하주석에 홈에서 간발의 차로 아웃되며 동점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 한화 선발 류현진은 이날 9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고도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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