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농구 신한은행 6연패 이끈 에이스 김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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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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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마른 가슴에 열정을 심었죠… 단비가 내려요

여자 프로농구 신한은행의 김단비가 신한은행의 6시즌 연속 통합챔피언 기념 사인볼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웃는 것이 어색하다고 했지만 우승 순간을 떠올려보라고 하자 활짝 웃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여자 프로농구 신한은행의 김단비가 신한은행의 6시즌 연속 통합챔피언 기념 사인볼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웃는 것이 어색하다고 했지만 우승 순간을 떠올려보라고 하자 활짝 웃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초등학교 5학년 때 김단비(22·180cm)의 키는 159cm였다. 친구들에 비해 큰 키가 창피했다. 그가 스케치북에 그린 자신의 미래 모습은 선생님 혹은 가수였다. 그러나 큰 키는 그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그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키도 크고 취미를 줄넘기라고 쓴 것 때문에 농구부에서 부른 것 같아요.”

인천 명신여고 출신인 그는 “프로 입단 전까지만 해도 운동에는 크게 욕심이 없었다”고 말했다.

김단비는 2007년 여자 프로농구 신한은행에 입단하게 된 것을 인생의 전환점으로 꼽았다. “식스맨으로 벤치에 앉아 선배들의 경기를 보면서 ‘언니들 진짜 잘한다’라는 생각만 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나도 저렇게 할 수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욕심’이 생긴 순간, 그는 선배들의 장점을 닮아가고자 노력했다. 남몰래 선배들의 플레이를 따라 하기 위해 노력한 그는 마침내 신한은행의 에이스로 거듭났다. 그의 빠른 성장과 함께 신한은행은 6년 연속 통합 챔피언에 등극했다.

평소 자신의 우상이었던 국민은행 변연하와 대결한 이번 시즌 챔피언결정전은 김단비에게 뜻깊었다. 그는 변연하를 완벽히 막아 승리의 일등공신으로 꼽혔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겸손했다. 그는 “내가 잘했다기보다는 선배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것 같다. 나는 10년을 더 해도 언니처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청출어람’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김단비지만 목표는 따로 있었다. 그는 “선배들을 뛰어넘고 싶다는 생각은 없다. 나만의 농구를 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말했다.

달콤한 휴가를 즐기고 있는 그는 1일 안양에서 열린 남자 프로농구 동부와 인삼공사의 챔피언결정전 4차전을 관전했다. 챔피언결정전이 이렇게 재밌는 줄 몰랐다는 그는 “그 힘든 경기를 이렇게 편안하게 볼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며 한 번쯤은 관중의 마음을 느껴보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나 노력하는 선수답게 휴식 중에도 다음 시즌을 생각하고 있다. 김단비의 트레이드마크는 거침없는 돌파다. 그는 “외곽슛을 던질 때보다 파고들 때 더 쾌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임달식 신한은행 감독은 “네가 두더지냐”며 핀잔을 주기도 한다. 다음 시즌에는 외곽슛에도 욕심을 내기로 했다. “감독님 말씀도 들어야죠. 더 많이 연습할 겁니다.”

예쁜 얼굴을 지녔지만 ‘얼짱’보다는 ‘농구짱’으로 불리고 싶다는 김단비. 욕심 없는 선수에서 신한은행의 에이스로 거듭난 그에게 농구의 의미는 달라졌다. “농구란, 인생의 반을 쏟아부었지만 앞으로 더 많은 것을 쏟아부어야 할 저의 모든 것입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여자프로농구#신한은행#김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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