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범의 ‘뛰는 농구’ 동부산성 또 넘었다

KGC 오세근(맨 위)이 1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 동부와의 4차전에서 승리를 거둬 2승2패 균형을 이룬 뒤 오른 팔을 들며 환호하고 있다. 안양｜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공격땐 기습, 수비땐 상대코트부터 압박작전
오세근 23점 펄펄…KGC, 동부 꺾고 2승2패

‘지지위지지 부지위부지 시지야(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아는 것은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것이 바로 참으로 아는 것이다).’ 논어에 나오는 공자의 말을 돌이켜볼 때 KGC 이상범 감독은 진정한 지(知)를 추구하는 인물이다.

동부와의 챔피언 결정전(7전4선승)을 앞두고 대다수 농구 전문가들은 동부의 절대우세를 점쳤다. 하지만 그 예상은 빗나가고 있다. 1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1∼2012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 4차전에서 KGC는 오세근(23점), 크리스 다니엘스(13점·16리바운드)의 활약에 힘입어 동부를 73-70으로 꺾었다. 시리즈 전적은 2승2패.

이 감독은 대행 시절을 포함하면 4시즌 연속 KGC 사령탑을 맡고 있다. 하지만 팀 리빌딩 과정에서 이전 3년간은 플레이오프(PO) 진입에 실패했다. 지도자로서 이번이 첫 챔피언 결정전 경험이다. 이 감독은 KGC의 전신인 SBS에서 선수시절을 보내면서도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한 적이 없었다.

그는 여전히 자신을 “초짜 감독”이라고 칭한다. 그래서 강력한 카리스마로 통솔하기보다는, 선수들에게도 의견을 자유롭게 제시하도록 유도한다. 선배 감독들의 지혜를 빌리는데도 적극적이다. 이번 챔피언 결정전을 앞두고도 방열, 최인선처럼 큰 경기 경험이 많은 지도자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전창진(KT 감독), 유재학(모비스 감독) 등 내로라하는 명장들에게도 ‘과연 최강 동부를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가’에 대해 물었다. 아무리 후배라지만, 같은 현역 감독 입장에서 쉽지 않은 결단이었다. 이 감독은 “내가 감독으로서 가진 것은 많지 않지만, 모르는 것을 배울 줄 아는 용기는 있다”며 웃었다.

공통적으로 돌아온 대답은 한 가지. “상대가 가장 두려워하는 너희 팀의 모습을 그대로 밀고 나가라!” 선배 사령탑에게서 온고지신한 이 감독은 그 무기가 “심장과 다리”라고 결론지었다. KGC는 챔피언 결정전 내내 ‘뛰는 농구’로 동부를 괴롭히고 있다. 공격을 할 때는 동부가 전열을 정비하기도 전에 돌격하고, 수비를 할 때는 상대 코트에서부터 동부를 압박한다.

이 감독은 “동부보다 2배를 더 뛰고 있다”고 했고, 팀의 주축 오세근은 “정규시즌보다 1.5배 정도는 더 움직이는 것 같다”고 했다. 이 전술이 통하자 선수들은 지치면서도 신이 난다. 이 감독은 “이러다 우리가 먼저 지칠 수도 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동부는 워낙 강하다. 그게 아니면 우리는 진다”고 했다. 과연 KGC의 모험은 어떤 결말을 맺을까. 양 팀의 5차전은 4일 안양에서 열린다.

안양｜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setupman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