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6년, 해가 지지 않는 ‘신한 제국’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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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銀 6년 연속 통합우승
전주원-정선민 빠졌지만 김단비-이연화 급성장
하은주 2년 연속 챔프전 MVP

우승을 밥 먹듯 한 그들도 대망의 정상을 눈앞에 두고 다들 심장이 크게 요동쳤다. 2점 앞선 경기 종료 13.7초 전 김단비가 자유투 2개를 모두 놓쳤다. 공격 리바운드를 잡은 뒤 다시 자유투를 얻은 강영숙도 종료 12초 전 자유투 2개가 모두 빗나갔다. 하지만 김단비가 국민은행 박세미의 공을 가로챈 뒤 상대 코트로 내달리는 순간 종료 버저가 울려 퍼졌다. 신한은행 선수들이 코트에 한데 뭉쳐 발을 구르며 환호했다.

신한은행이 6년 연속 통합챔피언에 등극했다. 신한은행은 30일 청주에서 열린 여자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 4선승제) 3차전에서 82-80으로 이겨 3연승으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올 시즌 신한은행의 전망은 밝지 않았다. 전주원과 진미정이 은퇴했고 정선민이 국민은행으로 이적했다. 고참 주전 3명이 빠지면서 신한은행은 중위권에 분류됐다. 신세계와의 개막전에서 패하면서 이런 전망에 더욱 무게가 실렸다. 5년 연속 우승을 하는 동안 꾸준히 어린 선수들을 키웠던 신한은행의 세대교체 작업은 이런 위기에 빛을 발했다. 지난 시즌까지 식스맨 정도였던 김단비와 이연화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국민은행 정덕화 감독은 “신한 선수들은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먹는다고 큰 경기를 즐길 줄 알고 고비에서 집중력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신한 거탑’ 하은주(202cm)의 존재감도 역시 컸다. 1, 2차전에서 평균 8점을 넣었던 하은주는 이날 26득점, 11리바운드로 골밑을 장악해 2년 연속 챔프전 최우수선수에 뽑혔다. 국민은행 수비가 외곽에 쏠릴 것을 예상해 하은주에게 집중적인 공격을 주문한 신한은행 임달식 감독의 작전도 적중했다. 동료들보다 머리 하나가 더 큰 그의 얼굴은 눈물로 범벅이 됐다. 하은주는 “단비나 연화가 받았어야 할 상이다. 트로피를 쪼갰으면 좋겠다”고 고마워했다. 김단비(19득점)와 이연화(15득점)도 제몫을 다했다. 신한 선수들은 긴박한 상황에서도 밝은 표정으로 서로를 격려했다. 여유과 경험은 그들의 최대 강점이었다.         
▼챔프전 승률 94%… 승부사 임달식▼
5년간 15승하며 단 1패… 암 투병 부친 생각에 눈물

임달식 신한은행 감독(48·사진)은 평소와 달리 국민은행과의 챔피언결정 3차전 직전까지 휴대전화 전원을 끄지 않았다. 병마와 싸우고 계신 아버지 임동렬 씨(82)가 이날 청주체육관을 오신다고 해 잘 도착하셨는지 연락을 받기 위해서였다. 부친 임 씨는 지난해 9월 소폐암 판정을 받은 뒤 서울대병원에서 힘겨운 항암 치료를 받고 있었다. “연세가 있으시고 암이 벌써 많이 퍼졌나 봐요. 아들 경기를 마지막으로 보고 싶다며 올 시즌 처음 오셨어요. 오래 사셨으면 좋겠는데….”

신한은행 벤치 맞은편 관중석에서 중절모 차림으로 경기를 지켜보던 아버지를 향해 임 감독은 우승이라는 큰 선물을 안겨 드렸다. 송골매의 ‘빗물’이 애창곡인 임 감독의 눈가에 물기가 젖어들었다.

남다른 승리를 안은 임달식 감독은 큰 경기에 유독 강한 타고난 승부사였다. 대학농구 2부 리그 조선대 감독을 거쳐 5년 전 신한은행 사령탑을 맡은 뒤 챔피언결정전에서 15승 1패를 기록했다. 승률은 무려 93.8%에 이른다. 개성이 강한 스타들을 한데 모았고 꾸준한 팀 리빌딩 작업으로 어린 선수들을 간판으로 키웠다. 임 감독은 “아파도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열심히 뛰어준 선수들이 고맙다. 6, 7명만으로 시즌을 치르다 보니 힘들었다”고 공을 돌렸다.

청주=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여자프로농구#신한은행#신한은행6연패#임달식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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