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최주환 “대수형 처럼…무명반란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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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7일 07시 00분


질책성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자 쇠방망이를 들고 3일간 꼬박 400∼500번씩 스윙을 했던 두산 최주환. 그는 또 하나의 인간승리스토리를 꿈꾼다. 스포츠동아DB
질책성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자 쇠방망이를 들고 3일간 꼬박 400∼500번씩 스윙을 했던 두산 최주환. 그는 또 하나의 인간승리스토리를 꿈꾼다. 스포츠동아DB
두산서 7년, 쟁쟁한 선배에 가려 2군 전전
함께 고생한 이대수 선배 골든글러브 감동
고영민 부상속 백업 출전 시범경기 4할 맹타
생애 첫 개막 엔트리 눈앞 “야구가 즐겁다”


2011년 골든글러브 시상식, 한해를 빛낸 최고 유격수의 영광은 한화 이대수(31)에게 돌아갔다. 2001년 SK 연습생으로 시작해 6년 만에 주전자리를 꿰찼지만 그를 기다렸던 것은 2번의 트레이드.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데뷔 10년 만에 재능을 꽃피우며 생애 첫 황금장갑을 손에 거머쥐었다. 그의 인간 승리 스토리에 많은 이들이 갈채를 보냈다.

두산 최주환(25)도 마찬가지였다. 한때 같은 유니폼을 입고 동고동락했던 선배이자, 기약 없는 2군 생활에 힘겨워하는 후배를 따뜻하게 감싸주던 형의 성공. “마음에서 우러나온” 축하를 아낌없이 건넸다. 하지만 거기에 그치지 않았다. “나도 형처럼 당당히 저 자리에 서겠다!” 가슴에 품고 있던 희망의 불씨가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최주환은 2006년 두산에 입단해 올해 7년차가 됐다. 그러나 그의 목표는 언제나 ‘생애 첫 개막전 엔트리 진입’이다. 그동안 손시헌 이대수 고영민 오재원 등 걸출한 선수들에 막혀 늘 2군에만 머물렀기 때문이다. 다행히 올해 기회가 생겼다. 고영민이 캠프 도중 부상을 당하면서 2루 백업자리가 비었다. 이를 악물었다. 절박하다는 표현이 모자랄 정도로 매 경기, 매 타석, 매 순간에 매달렸다. 절실한 만큼 성적도 나오고 있다. 총 7번의 시범경기 중 4경기에 선발 출장해 타율 0.429의 맹타를 휘둘렀다. 25일 잠실 KIA전에선 1-0으로 앞선 8회 2사 3루서 1타점 좌중월 3루타를 때려내며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그의 활약은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다. 입단 후 4년간 1군(32경기 31타수 4안타)에서 이렇다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지만 2010년 상무에서 잠재력을 터뜨렸다. 그해 100경기에 나서 타율 0.382, 151안타, 24홈런, 97타점으로 2군 북부리그 타격왕과 홈런왕을 거머쥐었다. 이듬해 역시 어깨부상에도 불구하고 93경기에 나서 타율 0.336, 111안타, 9홈런, 70타점의 호성적을 거뒀다.

2010년 2군 북부리그 타격·홈런의 2관왕 최주환은 1군 무대를 꿈꾸며 스프링캠프 내내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사진 제공|두산 베어스
2010년 2군 북부리그 타격·홈런의 2관왕 최주환은 1군 무대를 꿈꾸며 스프링캠프 내내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사진 제공|두산 베어스


물론 뼈를 깎는 노력이 수반됐다. 그는 가진 것보다 가져야 할 것이 많은 선수였다. 맞히는 것 하나는 어디에 내놔도 손색 없었지만 수비나 스피드가 현저히 떨어졌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프로 2년차, 비록 2군이었지만 스타팅에서 한 번도 밀렸던 적이 없던 그가 질책성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자 쇠방망이를 들고 3일간 꼬박 400∼500번씩 스윙을 하며 어필했을 정도다. 느리다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달리고 또 달렸다.

가끔은 기약 없는 오랜 기다림에 포기하고 싶을 적도 많았다. 하지만 그때마다 “넌 잘 할 거야”라며 격려해준 이대수의 말에 힘을 얻었고, 최근에는 “1군이든, 2군이든 야구를 즐겁게 해야 한다”는 손시헌, 정재훈의 조언으로 깨달음도 얻었다. 그래서 그는 그라운드에 있는 지금이 “즐겁고 감사하다”고 한다. 걸음마를 뗄 때부터 야구공을 잡고 놀 정도로 야구가 좋았던 그에게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시범경기지만 그토록 바라던 1군 무대에서 꾸준히 경기에 나서고 있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고 평가를 받겠다”는 그의 눈빛에 각오뿐 아니라 형용할 수 없는 기쁨이 깃들어있는 이유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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