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세.. 마지막까지 불꽃을 태우리라… LG 이대진의 야구 열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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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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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선 50세 투수도 뛰는데… 선발 기회 반드시 잡겠다

올해 LG 선발의 한 축을 맡게 된 ‘왕년의 에이스’ 이대진이 이를 악물고 롱 토스 훈련을 하고 있다. LG 제공
올해 LG 선발의 한 축을 맡게 된 ‘왕년의 에이스’ 이대진이 이를 악물고 롱 토스 훈련을 하고 있다. LG 제공
“미국 프로야구 제이미 모이어(50·콜로라도)도 아직 뛰고 있잖아요.”

지난주 잠실구장에서 만난 LG 투수 이대진(38)은 대뜸 모이어 얘기를 꺼냈다.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267승을 거둔 모이어는 메이저리그 최고령 선수다. 2년 전 필라델피아에서 팔꿈치 부상을 당해 시즌 후 방출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고 올해 콜로라도와 계약하며 메이저리그 재진입을 노리고 있다. 이대진은 “모이어의 직구 최고 속도는 빨라야 135km 정도다. 나도 예전처럼 빠른 공을 던지진 못하지만 목표가 있고 의욕이 있다.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했다.

○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

이대진은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해태(현 KIA)의 에이스였다. 시속 150km의 빠른 공과 날카롭게 떨어지는 커브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다. 1998년 5월 14일 현대와의 경기에서는 10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잡아냈다.

그는 엄청난 노력파이기도 했다. 연습벌레로 소문난 김병현(넥센)이 “나보다 운동 많이 하는 유일한 선수”라고 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1990년대 후반부터 팔꿈치와 어깨 부상으로 3차례나 수술대에 올랐다. 공을 던지지 못한 날이 더 많았다. 타자로 전향한 적도 있었다. 긴 재활 끝에 다시 마운드에 올라 개인 통산 100승 고지에 올랐던 2009년. 팀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지만 그는 은퇴 권유를 받았다. 그는 결국 선수 생명을 연장하겠다며 지난해 LG로 이적했다.

이대진은 “내가 지금까지 마운드에 설 수 있는 건 그동안의 고통을 견뎌낸 결과다. 공 한 개 한 개를 소홀히 할 수 없다. 마지막까지 내 공을 던지고 후회 없이 마운드를 내려오고 싶다”고 했다. 이어 그는 “내 인생의 황금기는 바로 지금이다. 후배들과 함께 땀 흘리고 경쟁하고 운동하는 것 자체가 행복”이라고 덧붙였다.

○ “선발 기회 꼭 잡는다!”


이대진은 올해 선발 투수로 시즌을 맞는다. 김기태 감독은 경기조작에 연루돼 퇴단된 박현준과 김성현의 공백을 메울 적임자로 경험 많은 그를 낙점했다.

그는 빠른 직구는 던질 수 없지만 커터와 투심 등 직구와 비슷한 속도를 내는 다양한 구질을 다듬고 있다. 정교한 컨트롤과 경기운영 능력을 갖췄기에 체력만 뒷받침되면 충분히 6이닝 이상을 책임질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이대진은 “지난해처럼 1군과 2군을 오르내린다면 선수 생명을 더 이어가는 의미가 없다.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반드시 잡을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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