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형만한 아우’ 채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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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7일 07시 00분


삼성 라이온즈 채태인. 스포츠동아DB
삼성 라이온즈 채태인. 스포츠동아DB
이승엽 연습경기서 부진하자 채태인 맹타
1루수·좌타자 빼닮아…선의의 경쟁 흥미


삼성 채태인(30)은 지난해 모진 풍파를 겪었다. 각종 부상 탓에 경기장이 아니라 병원을 오가는데 시간을 더 빼앗겼다. 결국 53경기 출장에 그쳤고, 성적도 타율 0.220에 5홈런 28타점으로 곤두박질쳤다. 게다가 시즌 뒤에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똑같이 왼손이고, 포지션까지 1루수로 겹치는 대선배 이승엽의 전격 복귀였다.

채태인은 지난해 말 자신의 처지를 “올해는 딱 1분만 즐거웠다”는 말로 압축했다. 4월 2일 KIA와의 개막전에서 0-2로 뒤진 8회초 만루홈런을 터뜨렸을 때를 떠올린 것이다. KIA 에이스 윤석민에게 7회까지 5안타 무득점으로 꽁꽁 눌려있던 삼성은 이 한방으로 짜릿한 6-2 역전승을 거뒀다.

엎친 데 덮친 듯한 주변 상황. 상심에 잠겨있던 채태인을 누구도 선뜻 위로할 수 없었다. 동료들 또한 채태인의 입지가 크게 약화되리라 예측한 것이다. 하지만 사령탑 류중일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몸만 아프지 않다면 3할에 20홈런을 기대할 수 있는 채태인이다. 올 1월 훈련을 시작하면서 류 감독은 “이승엽과 채태인을 1루수와 지명타자로 번갈아 쓰겠다”고 밝혔다. 또 “이승엽이 3번, 최형우가 4번, 채태인이 5번”이라며 변함없는 신뢰의 신호를 보냈다.

마음이 통했을까. 괌과 오키나와로 이어진 스프링캠프를 통해 채태인은 류 감독의 기대에 걸맞은 훈련 성과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6일까지 삼성이 오키나와에서 치른 12차례의 평가전 중 11게임에 출장한 채태인은 31타수 9안타 1홈런 6타점으로 제몫을 다하고 있다. 반면 스윙을 교정 중인 이승엽은 아직 제 컨디션이 아닌 듯 4게임에서 11타수 1안타에 그치고 있다. 이승엽이 부진해도 채태인이 뒤를 받치는 모양새다. 채태인은 “승엽이 형이 훈련 때면 늘 솔선수범해서 나 또한 긴장감을 잃지 않고 집중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트위터 @jace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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