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문의 투수탐구] KIA 윤석민, ‘롯데 울렁증’ 털어내야 진정한 1인자!

  • 스포츠동아
  • 입력 2012년 2월 10일 07시 00분


작년 V17 다승왕 불구 롯데전선 ‘0승’
홍성흔·조성환 사구 사건후 심리 위축
절정의 구위·자신감 무장 전성기 돌입
신무기 개발보다 부상 예방에 만전을!

KIA는 해태의 팀컬러를 이어받은 듯 투수력 만큼은 최강의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2005년에 입단한 윤석민은 프랜차이즈 선수는 아니지만 훌륭한 투수의 계보를 이어나갈 충분한 자질을 갖춘 선수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선동열 감독이 부임하면서 전체적인 KIA의 투수진이 급성장할 것으로 확신한다. 선 감독은 최근 김진우, 한기주를 집중 조련하면서 막강한 투수진을 구성하고 있는데, 윤석민의 경우 선 감독에게 특별히 개인 지도를 받지 않아도 화룡점정의 시즌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찌 보면 윤석민은 실력에 비해 방황하는 시즌이 많았다고 볼 수 있다. 작년을 빼고 6시즌 동안 44승 40패 36세이브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류현진은 78승 36패 1세이브다. 두 번째 시즌부터 마무리 투수로서 부담이 엄청 큰 역할을 맡아 5승 6패 19세이브 9홀드로 만족스럽지도, 그렇다고 나쁘지도 않은 성적을 냈다. 그래도 가냘픈 몸매에서 나오는 강한 직구엔 감탄사를 연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2007시즌은 본인의 요청(?)에 의해 선발 투수로 시즌을 보내게 된다. 7승 18패를 기록했는데 상대팀 선수지만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승운이 없었다고 할까. 그렇게 1년 내내 경기가 풀리지 않은 선수도 역대 몇 명 되지 않을 것이다. 작년 연말 한 시상식에서 최다 연패의 주인공 넥센 심수창의 인터뷰가 생각난다. 윤석민은 쉽게 1승을 챙기면서 17승이나 하는데 본인에겐 그 1승이 너무 힘들었다던 바로 그 말.

그러나 과거 윤석민도 1승이 너무도 어렵구나 하는 것을 느꼈으리라 본다. 그런 어려움을 이겨냈기 때문에 2011시즌이 최고의 한 해가 됐을 것이다.

○기술+몸조리


고교 졸업 후 입단한 선수에게 마무리와 선발을 오가며 등판하게 하면 분명히 부상이 생긴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진실이다. 프로 7년을 보내면서 크고 작은 부상이 떠나지 않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2009년 아킬레스건 부상과 어깨 통증, 2010년 어깨 통증으로 합류가 늦었고 경기 중 손가락 골절이 있었다. 아주 심각한 부상은 아니었지만 횟수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선발 투수는 많은 승수를 올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로테이션을 빠지지 않고 풀타임으로 등판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도 신경을 써야 한다.

KIA는 조범현 전 감독의 6인 선발 체제를 새로 부임한 선동열 감독도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많다. 이런 점에서 윤석민은 선발 간격에 있어 조금은 여유로운 상황이다. 사실 투수들이 4일 휴식 후 등판하는 것과 5∼6일 휴식 후 등판하는 것은 체력유지 측면에서 크게 다르다.

현재 우리나라 좌·우의 대표적인 투수인 류현진, 윤석민의 투구폼, 즉 메카닉(Mechanic)을 살펴보면 한마디로 놀라울 뿐이다. 가장 좋은 점은 불필요한 동작이 전혀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빠르고 강하게 공을 던지려는 욕심이 있으면 투구폼을 더 크게, 회전력을 극대화시키면 된다. 그러나 야구는 투창 선수처럼 넓은 공간에 멀리 던지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포수가 원하는 곳, 타자가 가장 치기 까다로운 곳에 던져야 하는 숙명적인 과제가 있다. 그런 점에서 윤석민의 투구폼은 간결한 동작, 즉 억지로 힘을 넣어 던지는 것이 아닌 적당한 유연성과 힘의 배분, 관절 각도의 완성도에 의해 힘을 모으는 순간의 자세가 아주 뛰어나기 때문에 강한 공을 던질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무리하지 않는 투구폼을 갖고 있는 투수는 크게 부상을 당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좋지 않은 시즌을 보낸 적도 분명 있었다. 필자의 기억으로는 그 당시 체인지업을 구사했을 것이다. 굉장히 좋은 공을 던지고 있음에도 기교(?)를 부리기 시작한 것이다. 직구, 슬라이더와는 달리 서클체인지업을 던질 때는 팔이 처져 있었다. 투수의 팔은 한계가 없을 정도로 강하기도 하지만 미세한 차이에 의해 쉽게 부상이 오기도 한다.

선수 개개인의 차이는 분명히 있지만 투수들은 27세에서 32세 사이에 본인의 최고 기량을 보여준다고 한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30세까지는 본인들이 갖고 있는 능력으로, 힘으로 타자와의 승부를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그리고 힘이 떨어지면서 타자와의 승부에서 힘으로 누르지 못한다고 느낄 때, 새로운 구종을 선보이면서 타자를 이겨나가는 것도 선수 생활을 잘 유지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윤석민은 구사하는 모든 구종이 다 완벽하다는 생각이다. 이것이 무슨 문제가 되느냐고 하겠지만 세 가지의 완벽한 공을 던지나, 두 가지 혹은 네 가지의 완벽한 공을 던지나 20승 이상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것보다는 15승씩 10년을 하는 것이 훨씬 좋지 않을까?

그러나 지금 이 논쟁은 무의미하다. 직구, 슬라이더, 서클체인지업의 완벽성과 위력으로 최다승을 이룬 것이 지난해의 결과다. 올시즌도 이 정도의 구종과 구위면 충분히 최고의 투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결국 윤석민은 기량, 능력 등 기술적인 부분의 문제가 아니라 부상 없이 시즌을 어떻게 풀어가느냐가 가장 큰 관건인 것 같다.

○최고 투수가 되기 위해


지난해 성적으로만 본다면 역대 어느 투수보다도 뒤질 것이 없다. 그러나 냉정히 따지면 최근 한국 야구의 에이스는 한화 류현진이라고 할 수 있다. 비슷한 구력에 통산 성적으로 보면 차이가 많이 난다.

하지만 이제는 동등한 위치에 왔다는 생각이다. 윤석민이 1인자가 되기 위해서는 올시즌도 지난해와 비슷한 성적을 올려야 하고 그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느끼는 것은 7개 구단 모두를 상대로 확실한 에이스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려운 이야기지만 특정 팀에게 약한 모습은 최고의 투수가 되기 위해 꼭 넘어서야 하는 것이다. 에이스는 라이벌 팀의 에이스와 붙어 이겨야 한다는 숙명을 갖고 있다.

최고의 한 해를 보낸 지난 시즌 롯데와의 성적을 보면 고작 7.2이닝에 1패만을 기록하고 있다. 삼성에게 3승 3패, 한화에게 4승, LG에게 3승, 그리고 이들 세 팀과의 방어율은 2.50인데 롯데전의 방어율은 무려 4.70이다. 많은 이닝을 던지지 않았던 원인도 있긴 하지만 어쨌든 풀어야 할 숙제인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윤석민은 롯데와는 악연이 있다. 홍성흔, 조성환에게 예기치 못한 몸에 맞는 공을 던져 위축이 되어 있는 듯하다. 투수는 타자의 부상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착한 심성이 상처를 깊이 만들지 않았나 하면서 빨리 극복하길 바랄 뿐이다. 착하고 말수가 적은 윤석민은 아픈 상처를 모두 잊어버려야 최고의 투수가 될 수 있다.

지난해 17승 중 4월에 올린 승수가 1승이다. 5월 4승, 6월 3승, 7월 5승에 비교해서 발동이 늦게 걸린 것 같다. 그렇더라도 페이스를 빨리 끌어올리는 것은 위험하다. 부상 경력이 있는 선수는 너무 급하게 몸을 만들게 되면 정작 중요한 8월, 9월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을 감안해도 15승 이상을 노리는 팀의 1선발 투수는 평균 한 달 3승은 올려주어야 한다.

○전성기


필자는 그가 지금부터 최고의 투수가 되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강하다.

모든 것이 갖추어졌다는 생각이다. 우선 개인의 기량이 최고조에 도달했고 자신감도 생겼다. 그리고 감독이 전문가이기 때문에 슬럼프가 있다고 하더라도 길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부터는 부상의 위험만 피하면 모든 것이 완벽하다.

천부적인 재능으로 여기까지 왔다면, 정상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또다른 노력이 절대 필요하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을 통해 가까이서 훈련하는 과정을 볼 수 있었는데 그 때는 이를 악물고 훈련을 하는 유형은 아니었다. 다리 부상이 완쾌되었다면 지금은 공을 던지는 것보다, 뛰는 것과 스트레칭에 시간을 좀 더 할애해야 한다. 하체가 뒷받침되지 않는 강속구 투수는 롱런할 수 없다는 것이 야구계의 정설이다. 해외 진출 아니면 FA의 자격을 얻는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팀의 우승과 최고 투수 등극, 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시즌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KIA 윤석민?


▲생년월일=1986년 7월 24일
▲출신교=구리초∼인창중∼야탑고
▲키·몸무게=184cm·85kg(우투우타)
▲프로 입단=2005 신인 드래프트 KIA 2차 1번(전체 6번) 지명·입단
▲2011년 성적=27경기 17승 5패 1세이브 방어율 2.45(172.1이닝 47자책)
▲2012년 연봉=3억8000만원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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