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양승호 감독은 일단 1루수는 박종윤으로 출발한다고 쐐기를 박았다.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음에도) 그 자리에서 10년간 해온 선수”라는 말속에서 그 정도의 끈기라면 한번 믿고 맡겨볼 만하다는 애정이 묻어난다.
그래서 양 감독은 2루수 조성환의 1루 겸업에 관해서도 “경기 막판에 팀사정으로 박종윤이 빠질 수도 있는 거 아닌가? 그런 때를 대비해 연습하는 것 일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박종윤의 기를 살려주고, 2루에 애착이 큰 조성환의 자존심을 배려하는 발언이다.
그런데 난데없이 백업 1루수 조성환을 겨냥한 경쟁자가 생겼다. 바로 지명타자 홍성흔이다. 사이판에서 1루수 포메이션 훈련을 진행할 때면 홍성흔(사진)이 슬그머니 들어와 있다는 것이다. 양 감독은 “난 시킨 적 없다”고 껄껄 웃었다. 즉, 홍성흔이 자발적으로 1루 겸업을 자체 실시 중이라는 얘기다.
양 감독은 “이 말을 꼭 써줘라. 조성환 1루 수비가 80점이라면 홍성흔은 20점이다”고 기분좋게 농담했다. 홍성흔을 1루로 쓰느냐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베테랑이 감독의 마음을 먼저 헤아려 주는 그 선의가 기특한 것이다.
실제 롯데의 자율 야간훈련도 베테랑들이 먼저 나서고 있다. 고참들이 앞장서 훈련하면 아래 선수들은 자연히 따라 나올 수밖에 없다. 이대호, 장원준이 없어도 롯데에는 아직 베테랑들이 건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