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헌 기자의 미야코지마 통신] 영리한 대호씨 “일부러 삼진도 OK”

  • Array
  • 입력 2012년 2월 2일 07시 00분


“日투수들 여러 공 던진뒤 성향파악
가능하면 상대투수 볼 많이 볼 것”

이대호(오른쪽)가 오릭스에서 2012시즌을 함께 보낼 부산 선배 백차승과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대호(오른쪽)가 오릭스에서 2012시즌을 함께 보낼 부산 선배 백차승과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얼굴에는 미소를 짓고 있지만, 마음속으로는 칼을 갈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당장 18일 한신과의 연습경기부터 시작되는 실전 게임. 오릭스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은 이대호를 첫 경기부터 뛰게 하겠다는 방침을 일찌감치 밝혔다. 일본 투수들의 투구를 관찰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대호는 1일, 한발 더 나아가 “일부러 삼진을 당할 수도 있다”고 했다. 왜일까? 용병이고, 데뷔 시즌임을 고려하면 감독에게 좋은 성적으로 어필해도 모자랄 판에 왜 ‘일부러 삼진을 당할 수도 있다’고 했을까. 이대호는 “일본 투수들은 새 용병 타자가 오면 일부러 여러 가지 공을 던져본 뒤 이 타자가 어떤 공을 잘 치는지 알아본다고 들었다. 연습경기, 시범경기에서 괜히 나를 보여줄 필요는 없지 않은가”라며 “치는 건 정식 경기에 가서 치면 된다. 시범경기에서는 줄삼진을 먹어도 상관없다”고 했다. “연습경기 등에서는 최대한 상대 투수 볼을 많이 볼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영리한 이대호’ 모습을 또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셈.

이대호(왼쪽 끝)를 향한 관심은 일본 미디어에서도 뜨거웠다. 카메라와 취재진의 숫자에서 한국 최고 타자를 향한 관심을 읽을 수 있다.
이대호(왼쪽 끝)를 향한 관심은 일본 미디어에서도 뜨거웠다. 카메라와 취재진의 숫자에서 한국 최고 타자를 향한 관심을 읽을 수 있다.


이대호의 이같은 자신감은 통역 정창용 씨가 짐작하듯, ‘오카다 감독의 두터운 신임’에서 비롯된다.

오카다 감독이 수차례 이대호에 대한 믿음을 피력한 것이 이대호의 여유와 자신감으로 이어진 셈이다. ‘믿음은 또다른 결과를 낳는다’는 말이 떠오르는 것도 그래서다.

미야코지마(일본 오키나와현)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트위터 @kimdohoney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