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우 나지완 이대호 김동주… 체중 줄이려 강도 높은 훈련윤석민 김수완 ‘멸치파’ 선수는 “더 쪄야 할텐데” 또 다른 전쟁
미국 애리조나 전지훈련 중인 한화 에이스 류현진이 메디신볼을 다리 사이에 끼운 채 스트레칭 삼매경에 빠져 있다. 그는 몸무게가 100kg을 오르내리고 있어 러닝에 집중하며 체중을 줄이고 있다(위 사진). KIA 나지완(아래 사진 앞)은 애리조나에서 혹독한 체력 훈련을 소화 하며 세 자릿수였던 몸무게를 두 자릿수로 줄였다. 한화·KIA 제공
“저렇게 땀을 흘리는데 살은 왜 안 빠지지?” 몇 해 전 KIA 투수 김진우를 보면서 들었던 생각이다. 그처럼 덩치 큰 선수들은 여름날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비 오듯 땀을 흘린다. 그런데 몸무게는 그대로다. 의문은 금방 풀렸다. 이온음료를 집어든 김진우는 1.5L를 한 번도 쉬지 않고 입에 털어 넣었다. 당시 20대 초반이던 김진우는 식욕을 참지 못했다. 코칭스태프가 과식을 못하게 하자 화장실에 숨어 야식을 먹었다. 운동을 쉬고 방황하던 시기에는 몸무게가 130kg을 넘었다.
그랬던 김진우가 요즘 확 달라졌다. 그는 요즘 미국 애리조나에서 전지훈련을 하며 ‘살과의 전쟁’에 한창이다. 틈만 나면 달리고 식사량까지 엄격하게 조절한다. 탄수화물 대신 과일, 채소 위주의 식사를 한다. 현재 120kg인 김진우의 목표는 구위가 가장 좋았던 시절 몸무게인 105kg까지 체중을 줄이는 것이다.
김진우뿐만 아니라 투수 서재응, 외야수 나지완도 다이어트에 성공했다. 각각 10kg, 7kg 정도를 감량하며 세 자릿수였던 몸무게를 두 자릿수로 줄였다. 미나미타니 가즈키 트레이닝 코치에게서 “필요 이상의 지방을 가진 선수가 많다”는 지적을 받았던 KIA 선수들이 날씬해지기 시작했다.
야구는 축구나 농구에 비해 살이 쪄도 크게 지장이 없는 종목이다.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의 이대호가 대표적이다. 그는 롯데 시절이던 2010년 140kg에 육박하는 몸으로 타격 7관왕에 올랐다. 유연성과 근력이 뛰어난 덕분이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두 번째로 무거운 두산 최준석(115kg)도 홈런을 곧잘 친다.
그러나 과하게 살이 찌면 부상이 찾아오기 쉽다. 특히 무릎이나 발목 등 하체에는 치명적이다. 김진우는 2004년 오른 무릎 수술을 받았다. 이대호 역시 시즌 내내 발목 등에 잔부상을 달고 살았다.
이대호가 오릭스행이 결정되자마자 죽음의 다이어트에 돌입한 건 부상 방지가 가장 큰 이유다. 그는 전 소속팀 롯데의 사이판 전지훈련에도 동행해 비지땀을 쏟았다. 롯데 관계자는 “대호가 정말 굳은 결심을 했는지 시도 때도 없이 죽기 살기로 뛰더라”고 전했다. 이대호는 귀국길에 오른 25일에도 모든 훈련을 소화한 뒤에 비행기에 올랐다. 135kg이었던 몸무게는 120kg 초반까지 빠졌다. 100kg이 넘었던 두산 김동주와 김현수도 한결 홀쭉해진 몸매로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이들과는 반대로 살을 찌우기 위해 노력하는 선수들도 있다. KIA 에이스 윤석민은 선동열 감독으로부터 거의 유일하게 “살을 찌우라”는 명령을 받았다. 하지만 좀처럼 살이 찌지 않아 고민이다. 별명이 멸치인 롯데 투수 김수완도 각종 단백질을 섭취하며 체중 증가를 위해 애쓰고 있다. 살을 빼고 찌우는 것 모두 고생이긴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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