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홀스 삼진’ 꿈이 아니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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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괴물’ 류현진, ML 괴물타자와의 맞대결 손꼽아 기다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맛을 안다고 했다. 한화의 ‘괴물’ 류현진(25)은 2009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 제대로 고기 맛을 봤다.

본선이 열린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과 샌디에이고의 펫코파크의 잔디는 마치 푹신한 소파 같았다. 클럽하우스엔 고급 호텔에서나 볼 법한 월풀 욕조가 설치돼 있었다. 넓고 화려하고 깔끔한 구장 시설에 온통 마음을 빼앗겼다. ‘언젠가는 이런 곳에서 한 번 뛰어보고 싶다’는 의욕이 불타올랐다.

멀게만 느껴지던 메이저리그가 이제는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왔다. 류현진은 올 시즌이 끝나면 해외진출이 가능한 7시즌을 채운다. 구단이 허락하면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수 있다. 지난해 말 ‘슈퍼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와 계약을 해 터전도 닦아 놨다.

선결 조건은 성적이다. 류현진 개인 성적은 물론이고 소속 팀 성적도 좋아야 한다. 16일 미국으로 전지훈련을 떠난 류현진은 “메이저리그는 모든 야구 선수들의 꿈이다. 최고의 무대에서 최고의 선수들과 붙고 싶다. 올해 팀을 한국시리즈에 올려놓고 메이저리그에 가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류현진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았다.

○ ‘괴물’ 앨버트 푸홀스와의 맞대결


고교 시절 그의 우상은 ‘빅 유닛’ 랜디 존슨(전 샌프란시스코)이었다. 큰 키에서 내리꽂는 강속구를 따라하고 싶었다. 한국 최고의 왼손 투수로 성장한 그는 요즘 클리프 리(필라델피아)와의 맞대결을 머릿속으로 그리고 있다. 류현진은 “사이영상을 수상한 투수답게 제구력이 일품이다. 리와 선발 대결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흥분된다”고 했다.

상대하고 싶은 타자로는 최근 LA 에인절스와 10년간 2억5400만 달러(약 2930억 원)에 계약한 ‘괴물 타자’ 앨버트 푸홀스를 꼽았다. 메이저리그 최고 몸값(10년간 2억7500만 달러·약 3170억 원) 선수인 알렉스 로드리게스(뉴욕 양키스)도 맞대결 리스트에 올려놨다.

그는 “WBC에서 처음 미국 타자들이 스윙하는 걸 봤을 땐 저 방망이에 맞으면 공이 없어질 것 같은 두려움이 생겼다. 하지만 지금은 잘해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천문학적인 몸값을 받는 타자들을 삼진으로 잡았을 때의 짜릿함을 맛보고 싶다”고 했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 동양인 최다승(124승)을 거둔 박찬호와 한솥밥을 먹게 된 그는 “올 시즌 선배님을 따라다니며 메이저리그에 대한 모든 걸 물어볼 것”이라며 웃었다.

○ “승엽이 형, 각오해”

류현진은 올 시즌 국내 빅 매치부터 정면승부하겠다는 각오다. 윤석민(KIA), 김광현(SK) 등 한국 프로야구 에이스들과의 맞대결이 그렇다. 한화 한대화 감독은 “일정이 맞으면 류현진과 이들의 대결을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한 상태다. 류현진은 “각 팀 에이스들과 맞대결을 하게 된다면 ‘먼저 내려가면 진다’는 생각으로 마운드에서 던질 생각이다. 오래 버티면 이길 가능성이 많지 않겠는가”라며 남다른 각오를 보였다.

8년간의 일본 생활을 마치고 삼성으로 돌아온 ‘국민 타자’ 이승엽과 괴물의 맞대결도 관심사다. 류현진은 “승엽이 형과는 일단 첫 대결이 중요하다. 처음 상대할 때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아야 한다. 승엽이 형을 상대로 무조건 전력투구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대전=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류현진은?

△생년월일=1987년 3월 25일
△신체조건=키 187cm, 몸무게 98kg
△출신교=동산고
△2011시즌 성적=11승 7패, 평균자책 3.36
△6시즌 통산 성적=89승 43패 1세이브, 평균자책 2.83
△올해 연봉=4억3000만 원
△주요 경력=2006년 도하 아시아경기 동메달,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09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 금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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