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 감독 “해외파보다 K리그 베테랑!…쿠웨이트도 못이길거면 감독 안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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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12일 07시 00분


최강희 감독. 스포츠동아DB
최강희 감독. 스포츠동아DB
▶쿠웨이트전
48시간 전 합류할 유럽파 기용하라고?
한경기 쓸거면 경험 많은 베테랑이 정답
최종예선땐 최강희 색깔 드러날 것

▶왜 이동국이냐고?
김은중·하태균·조동건은 좋은 선수
그렇지만 이동국보다 한 레벨 아래다

▶전북 선수 중용?
지금 구상 중인 30명 따져보니
전북에서 많아야 4∼5명
다른 팀과 형평성과 조화도 중요해


“주변에 다 물어봤다. 내가 아니라 어떤 감독이라도 이동국을 뽑을 것이다.”

축구대표팀 최강희(53) 감독이 ‘애제자’ 이동국(33·전북 현대) 발탁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최 감독은 작년 말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 공개적으로 이동국 중용을 시사했다. 전임 조광래 감독과 정반대 방침이었다. 일부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 최 감독이 11일 스포츠동아와 신년 인터뷰에서 명쾌한 답변을 내놨다.

● 경기일정과 여건 고려

최 감독이 오히려 질문을 던졌다.

“지금 K리그에서 이동국 말고 대표팀에 뽑을 공격수가 있나? 김은중? 하태균? 조동건? 모두 좋은 선수들이다. 하지만 이동국보다 한 레벨 아래다. 스포츠동아가 감독이라면 어떻게 하겠나? 이동국 대신할 선수가 있으면 추천 해 달라. 주변에 여러 차례 물어봤다. 나 아니라 어떤 감독이라도 지금은 이동국을 뽑을 것이다.”

조목조목 근거를 댔다.

일단 2월29일 쿠웨이트와의 3차 예선 일정을 고려했다. 최 감독은 18일 경 대표팀을 소집할 예정이다.

2월25일 우즈베키스탄과의 친선경기까지 1주일 간 조직력을 극대화해야 한다. 2월25일은 국제축구연맹(FIFA) 지정 A매치 데이가 아니다. 해외파 소집은 불가능하다. 박주영(아스널), 지동원(선덜랜드) 등 유럽파는 쿠웨이트 전을 48시간 앞두고 합류할 수 있다.

최 감독은 “일단 쿠웨이트 전 1경기만 바라보고 있다. 경기 48시간 전에나 부를 수 있는 선수를 기용하라고? 훈련도 거의 같이 못하는데? 물론 지금 당장이 아닌 먼 미래를 내다본다면 유럽파를 쓰는 게 맞다. 그러나 지금 입장은 안 그렇다. 세대교체? 어림도 없다. 쿠웨이트 전은 K리그 개막전처럼 준비해야 한다. 정답은 한 가지다. 경험 있는 베테랑 선수들을 써야 한다.”

이동국이 원톱으로 낙점을 받은 것이다. 단, 쿠웨이트 전 이후의 대표팀 운용에 대해서는 길을 열어 놨다. 최 감독은 “기본적으로 유럽에서 뛸 정도면 K리그 최고 수준의 선수다. 기량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쿠웨이트 전 이후는 나중에 생각 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이 3차 예선을 통과하면 본격적으로 국내파와 유럽파가 조합된 최강희호 색깔이 드러날 전망이다.

● 이동국 달라졌다

이동국 반대론자들은 “전북에서 루이스, 에닝요 등 기술 좋은 외국인 선수와 빠른 발을 가진 측면 공격수들 덕분에 이동국이 골을 많이 넣은 것이다”고 평가절하 한다.

최 감독은 반박했다.

“이동국을 반대하는 주장도 이해한다. 이동국이 대표팀에서 좋은 모습 못 보여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달라졌다. 이동국이 2009년에 21골, 2011년에 16골15도움 했는데 득점왕 했던 2009년보다 2011년이 더 좋았다. 주변의 도움만 받은 게 아니다. 지금은 스스로 만들 줄도 알고 만들어 주기도 한다.”

최 감독은 “전북 선수 상당수가 쿠웨이트 전 베스트 11을 차지할 것이라”는 예측에 대해서도 “지금 구상 중인 30명을 따져보니 전북에서 많아야 4∼5명 정도 뽑힐 것 같다. 다른 팀들과의 형평성과 조화도 중요하다”고 답했다.

한 축구인은 최 감독이 최근 이동국을 언급하는 것에 대해 “다른 선수들, 특히 유럽파들이 자칫 위화감을 느낄 수 있다. 발언을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최 감독은 “그건 아니다. 축구선수로 유럽에 갈 정도면 경쟁은 필연이다. 긴장할 필요도 없다. 진정한 프로라면 경쟁도 즐겨야 한다”고 일축했다.

● 부담스럽지만 자신 있다

최 감독은 최근 주변 분위기가 부담스럽다. 그는 “아직 중요한 3차 예선 경기가 남아 있는데 다들 이미 월드컵을 나간 것처럼 말한다. 만나는 사람마다 그런 생각 갖고 있는 게 무언의 압박이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분명 자신은 있다.

최 감독은 “나는 일단 결정하면 강하게 도전한다. 쿠웨이트도 못 이길 정도라면 대표팀 맡지도 않았다. 대표팀에 뽑힐 선수들이라면 능력적으로 우수하다. 공감대만 잘 형성되면 좋은 분위기는 금방 만들 수 있다”고 각오를 보였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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