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전국선수권 결승전 가보니… 고교축구 관중이 4만3884명

  • 동아일보

소녀 팬들의 일사불란하고 발랄한 응원 속에 경기는 시작됐다. 관중석은 입추의 여지없이 가득 찼다. 경기장에 들어서는 한국 축구 관계자들은 한마디씩 했다. “국가대표 경기가 열리나?” “대단하다 정말….”

9일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 1964년 도쿄 올림픽 당시 메인스타디움으로 사용됐던 유서 깊은 이 경기장에 4만3884명의 관중이 모여들었다. 이날 열린 일본 전국고교축구선수권 결승전을 보기 위해서다. 일본 전체 4174개의 고교 축구팀 중 최강자를 가리는 경기다.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4개월여의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는 날이다. 결승전은 매년 일본의 ‘성인의 날’에 열린다. 고교를 졸업하고 더 큰 성인무대로 나아가는 선수들을 격려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일본 고교 축구의 열기는 한국 축구 관계자들의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한국 고교 축구 결승전 관중은 3000∼4000명 정도다. 이날 이치리쓰 후나바시 고등학교와 욧카이치주오 고등학교 간의 결승전은 전국에 생중계됐다. 시청률은 6%대였다. 보통 15%대인 일본 국가대표팀 경기의 절반 정도 된다. 이날 경기는 이치리쓰 후나바시 고등학교가 연장 접전 끝에 2-1로 역전승했다.

일본축구협회 경기운영부의 겐야 오타니 씨는 “최근 일본 국가대표팀의 경기력 향상으로 아마추어 축구의 인기도 같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해 일본 여자대표팀이 월드컵에서 우승하면서 일본 축구의 인기는 급상승 중이다. 이날 많은 관중이 모였지만 겐야 씨는 “관중 동원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초청장은 3700장 정도 배포했으며 유료 표를 3만7000여 장 팔았다고 했다. 이날 경기 입장권은 종류별로 1만∼4만 원이었다.

대한축구협회 노흥섭 부회장은 “일본에는 4000개 이상의 고교 축구팀이 있는데 한국에는 145개의 고교 팀이 있다. 일본 고교 축구 열기가 상당하다. 우리는 그 점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했다. 한국은 축구에서만큼은 전통적으로 일본보다 우위에 있다고 자부해 왔다. 그러나 아마추어 무대에까지 번지고 있는 최근 일본 축구의 열기는 한국 관계자들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해 보였다.

도쿄=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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