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복귀 이택근 “50억이 많다고? 그만한 가치 있으니 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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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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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택근이 밝히는 FA 몸값 논란

50억 원의 FA 대박을 터뜨린 이택근은 정작 자기 월급통장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50억 원을 제안한 건 돈 욕심보단 자존심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넥센이 삼성, SK 같은 강팀 이미지를 갖게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50억 원의 FA 대박을 터뜨린 이택근은 정작 자기 월급통장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50억 원을 제안한 건 돈 욕심보단 자존심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넥센이 삼성, SK 같은 강팀 이미지를 갖게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넥센 이택근(32)은 정말 50억 원짜리 선수일까. 그는 지난해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뒤 LG에서 넥센으로 옮기며 4년간 총 50억 원(계약금 16억 원, 연봉 7억 원, 옵션 6억 원)에 계약했다. LG에서 2년 동안 규정타석조차 채우지 못했던 그였기에 50억 원은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연봉 7억 원이면 국내 프로야구 역대 연봉 공동 5위다. 이는 2009∼2011년 김동주, 2009년 삼성 양준혁과 롯데 손민한이 받았던 연봉과 같은 금액이다. 김동주는 국가대표 4번 타자 출신이고, 양준혁은 통산 최다 홈런과 최다 안타 기록을 갖고 있다. 손민한은 2001년 다승과 승률 1위, 2005년 시즌 최우수선수(MVP)에 뽑힌 투수다. 이택근은 꾸준히 3할대를 유지해 왔지만 개인 타이틀은 없다. 이택근보다 연봉이 많은 현역 선수는 한화 김태균(15억 원)과 삼성 이승엽(8억 원)뿐이다.

이에 대해 “실제 연봉 및 지급 총액은 훨씬 적은데도 구단과 본인의 체면을 세우기 위해 발표 액수를 부풀린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본인은 어떻게 생각할까. 지난해 12월 30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그를 만났다.

이택근은 FA 시장에서 두 가지 조건을 걸었다. 첫째, 50억 원을 줄 수 있는 팀. 둘째, 자신을 야구선수 말고 인간적으로 인정해주는 팀. 친정팀 넥센에서 가장 먼저 연락이 왔고 그는 50억 원을 불렀다. 한밤중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난 넥센 이장석 사장은 그에게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묻더니 30분 만에 계약을 체결했다.

이택근은 “이 사장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50억 원을 제안하면서도 불안하지 않았다”고 했다. LG는 4년간 총액 27억 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몸값에 대한 양 구단의 시각차는 컸다.

이에 대해 그는 “50억 원의 가치가 있으니 넥센 구단이 내 제안에 동의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내 성적과 수준보다 10억 원 정도 더 받은 것 같다”고 한 적이 있다. 그는 “넥센의 프랜차이즈 선수라는 점도 계약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싶다. 10억 원은 프랜차이즈 스타가 받는 값이라고 본다”고 털어놨다. 프랜차이즈 선수란 간판 선수를 뜻한다. 자신이 넥센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자리매김했다는 자부심의 반영이기도 하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그동안 선수를 파는 구단으로 인식됐던 넥센이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이택근에게 50억 원을 주며 화제를 일으켰다고 본다. 만약 10억 원을 더 줬다고 쳐도 연간 2억5000만 원을 더 주는 것이다. 이 돈을 더 주고 팀 이미지가 개선되면 팀 스폰서들에도 이익이다. 이미지 개선으로 가져다주는 이익에 비하면 큰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택근이 2006년부터 쌓은 4년 연속 3할 타율 기록은 2010년 LG에서 깨졌다. 타율 0.309였지만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해 공식 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지난해엔 규정타석도 못 채우고 3할 타율도 못 넘었다(0.297). LG에선 뭐가 문제였을까.

지난해 11월 29일 입단 환영식에서 넥센 이장석 사장(왼쪽)과 김시진 감독(오른쪽)이 이택근의 유니폼을 들어 보이고 있다. 동아일보DB
지난해 11월 29일 입단 환영식에서 넥센 이장석 사장(왼쪽)과 김시진 감독(오른쪽)이 이택근의 유니폼을 들어 보이고 있다. 동아일보DB
그는 겨울에 몸을 만드는 데 그만의 시간이 필요한 선수다. LG로 가기 전까지 겨울마다 해왔던 요가, 필라테스 등 그만의 연습 방법이 있었다. 시즌을 치르는 6개월 동안 지친 몸을 충전하는 데 주력해왔다. 하지만 LG에선 겨울에도 캠프 운동을 많이 해 쉴 시간이 없었다. 그는 “나만의 연습을 못했고, 그래서 몸이 덜 적응됐다”고 했다.

올해는 최대한 많은 경기에 나가는 것을 우선 목표로 하고 있다. 뼈가 부러지지 않는 한 경기에 나설 것이라고 벼르고 있다. ‘몸값 50억 원’에 걸맞은 활약을 하겠다는 각오가 다부졌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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