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윤석민의 숨은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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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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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팀이라도 → 1군만 되면 → 에이스 될거야 → ML이 보여 →…
시작은 미약했다… 25세의 무한도전

만약 윤석민(25·KIA·사진)이 야구가 아닌 축구를 했다면 지금쯤 어떤 선수가 되어 있을까. 유연한 몸과 타고난 운동신경을 보면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처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을지도 모른다. 올해 투수 4관왕에 오르며 최고의 한 해를 보낸 윤석민이 자신을 둘러싼 각종 주제들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알수록 빠져드는 매력남 윤석민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키워드로 풀어본다.

▽축구 선수=한국 최고의 야구선수가 됐지만 어릴 적 그는 축구를 할 뻔했다. 구리초등학교 4학년 때 인근 중학교 축구부에서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했는데 덜컥 합격했다. 중학생이 되면 오라고 했다. 그러나 하루빨리 운동선수가 되고 싶었던 그는 한 달 후 야구부에 들어갔다. 이 선택이 그의 평생을 바꿨다.

▽목표는 대학생=고등학교 때까지 그는 평범한 선수였다. 야구계에서 자주 쓰는 은어로 일명 ‘삐꾸’였다. 분당 야탑고 투수 가운데 넘버 4였다. 프로는커녕 대학에 가는 게 목표였다. 대학에 가기 위해 투수를 접고 2루수로 전향까지 했다. 그런데 2학년 겨울 방학 때 키가 쑥쑥 크더니 구속이 갑자기 시속 10km 이상 빨라졌다. 그는 “주변은 물론 스스로도 놀랐다. 자고 일어나니 다른 선수가 돼 있었다”고 했다.

▽메이저리그=모든 아마추어 야구 선수의 궁극적인 꿈은 메이저리거다. 그렇지만 평범 그 자체였던 윤석민은 언제 잘릴지 모르는 신세였다. 우선은 대학이라도 가고 싶었다. KIA에 지명을 받은 뒤엔 1군에 남는 게 목표였다. 1군 선수가 된 후엔 팀 에이스가 되고 싶었다. 그렇게 앞만 보고 달려 한국 최고 투수가 됐다. 메이저리그의 오퍼를 받은 것은 올 시즌 중반이었다. 25세가 돼서야 메이저리거를 꿈꿀 수 있었다. 구단의 반대로 일단 팀에 잔류했지만 자유계약선수(FA)가 되는 2년 후에는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계획이다.

▽선동열=20년 전 투수 4관왕에 오른 선동열 KIA 감독과 마찬가지로 윤석민의 주무기는 슬라이더다. 직구와 맞먹는 146km짜리 슬라이더가 스피드건에 찍히기도 했다. 그는 “선 감독님의 슬라이더는 빠르고 각이 크면서도 항상 일정했다. 하지만 나는 슬라이더를 직구처럼 때리듯 던진다. 나 자신도 어디로 갈지 모른다. 한번은 슬라이더를 던졌는데 전혀 움직임 없이 직구처럼 들어가 삼진을 잡은 적도 있다”고 했다.

▽게으른 천재=
트레이너들 사이에 떠도는 소문 하나. 윤석민은 한국 프로야구에서 가장 운동을 열심히 안 하는 선수라는 것. 이에 대해 윤석민은 “내 생각에도 죽어라 훈련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운동을 할 때만큼은 집중해서, 그리고 내가 부족한 부분을 철저하게 하는 편”이라고 했다. 시즌 중 어깨 보강 훈련이나 러닝 양이 적은 것도 “연습이 아닌 경기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따라쟁이=그는 스스로 “딴 건 몰라도 동작을 따라하는 재주는 타고났다”고 했다. 이달 초 열린 야구인 골프대회에서는 골프선수 못지않은 멋진 스윙 폼을 선보였다. 골프를 시작한 지 1년도 되지 않았지만 벌써 80대 중반을 친다. 야구에서도 그렇다. 윤석민처럼 쉽게 구종을 익히는 투수는 별로 찾기 힘들다. 하지만 너무 많은 구종을 던지느라 시즌 초 오히려 역효과를 보기도 했다. 그는 “내년엔 자신 있는 4개의 구종(직구,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만 더욱 정교하게 다듬을 계획”이라고 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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