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농구]우리銀, 지긋지긋 12연패 사슬 끊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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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B생명에 70-65승
‘폭행파문’ 박혜진 웃음

김광은 감독 사퇴 후 우리은행의 첫 경기가 열린 1일 구리체육관에서는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폭행의 피해자 박혜진이 인터뷰 요청을 거부한 채 라커룸에서 나오지 않은 것이다. 그는 경기 시작 20여 분을 앞두고는 라커룸 뒷문을 통해 구단 차량으로 피했다. 기자들이 따라붙자 차량 창문을 연 뒤 “할 얘기가 없고 할 필요성도 못 느낀다”고 짧게 답했다. 박혜진은 경기 시작 5분을 남기고 체육관에 들어와 벤치에서 자리를 지켰다.

우리은행 정장훈 사무국장은 “평소와 다름없이 경기에 출전시키려고 했는데 많은 기자들을 보고 선수가 놀란 것 같다”고 해명했다. 진상 파악과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던 구단 방침과는 달리 사태를 덮기에 급급한 모습이었다.

여자농구 관계자는 “파문이 커지자 우리은행 선수들이 카카오톡(스마트폰 무료 문자 서비스)조차 확인하고 있지 않다. 구단이 선수와 외부를 차단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구단의 구태의연한 대응과는 달리 우리은행 선수들은 코트에서 투혼을 발휘했다. 난적 KDB생명에 3쿼터까지 53-45까지 크게 앞섰다. 4쿼터 3분 26초를 남기고 60-60 동점을 허용했지만 KDB생명의 막판 추격을 따돌리고 70-65로 이겼다. 우리은행은 시즌 2승째(13패)를 거두며 지긋지긋한 12연패 사슬을 끊었다. 종료 버저가 울리자 우리은행 선수들은 눈물을 보였다. 박혜진은 그제야 웃음을 되찾았다.

한편 김광은 전 감독은 박혜진이 보냈다는 문자메시지를 이날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문자메시지는 ‘말로 표현 못할 만큼 힘들고 괴로우신 거 알아요.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꼭 명예 회복시켜 드리겠어요’라는 내용이었다. 김 전 감독은 “선수가 출전 지시를 받고도 윗옷 지퍼를 올리고 얼굴을 파묻으면서 거부하는 듯한 행동을 보였다. 옷깃을 잡아당기다 선수가 넘어지려고 해서 잡아줬을 뿐 폭행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 전 감독 후임으로 우리은행의 지휘봉을 잡은 조혜진 감독대행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폭행은 없었다. 과장된 측면이 크다”고 했다. 주장 임영희도 “목 쪽에 손이 간 건 맞지만 목을 조르지는 않았다. 감독님 명예 회복을 돕겠다”고 했다.

구리=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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